실종신고 삭제한 경장 구속, 동료들도 "이해 안 돼"
2026-08-26 21:39
실종자를 찾겠다던 경찰이 오히려 신고 내용을 조작해 사건을 강제로 덮어버린 충격적인 사건이 제주에서 발생했다. 제주경찰청은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하고 전산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구속된 부 모 경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료 경찰들조차 선뜻 이해하기 힘들 만큼 집요하게 사건을 종결 처리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단순한 업무 기피를 넘어선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간 당직이었던 부 경장은 장미란 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 불과 2시간 30분 만에 현장 수색을 중단시키고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수색 장소는 부 경장의 근무지가 아닌 인근 파출소 관할이었기에 업무 부담이 늘어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종자와 직접 통화했다는 거짓 보고를 올리며 수색의 골든타임을 스스로 걷어찼다. 결국 장 씨는 실종 100여 일 만에 자신의 주거지 인근 야자수 숲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공권력에 의한 '간접 살인'에 준하는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부 경장이 어떤 의도로 실종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전산망에서 정보를 삭제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특히 그가 담당했던 다른 실종 사건들에서도 유사한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은 현재 부 경장이 처리한 모든 사건에 대해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발견된 장 씨의 시신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장 씨가 신고 당일 밤늦게 숙소를 나선 뒤 곧바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만약 초기 수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공권력의 무책임함이 빚어낸 이번 참사는 제주 지역 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경찰 행정 전반에 깊은 불신의 상처를 남겼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 그의 조각 실험은 인간의 인위적인 의도를 걷어내고 중력과 속도, 물질의 본성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탐구해 왔다. 억지로 다듬지 않은 투박한 흙의 모습은 작가의 손끝을 거쳐 비로소 살아있는 존재로 거듭난다.서울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린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는 거장의 50년 예술 여정을 150여 점의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간 회화에 가려져 있던 조각과 판화의 비중을 높여 작가의 다각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1973년 명동화랑에서 선보였던 전설적인 퍼포먼스 '소멸'이 53년 만에 재현되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 놓인 낡은 탁자와 의자는 과거의 복원을 넘어 새로운 시간과 관객을 만나며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낸다.이강소의 작업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비움'과 '무위(無爲)'다. 그는 붓을 잡을 때조차 미리 정해진 형상을 쫓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붓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예기치 못한 신비로운 이미지가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면 속 오리나 배의 형상은 뚜렷한 실체가 아니라 몇 번의 붓질이 남긴 흔적일 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을 경계하며, 끊임없이 '나의 아성'을 죽이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실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의문은 그의 설치 작품 '여백'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낙동강변의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이 작품은 거울과 관람객의 모습이 투영되며 매 순간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닭의 발자국을 작품으로 삼았던 것처럼, 그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요소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존재한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보는 그대로인지 묻는 거장의 질문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2025년 신작 '바람이 분다' 연작은 노장의 멈추지 않는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화선지와 먹을 활용해 한국화의 형식을 빌려온 이 작업에는 수십 년 전 지인에게 받은 낙관이 찍혀 있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붓질이 교차하며 나타남과 사라짐의 미학을 완성한다. 검은 물감 위에 흰색을 덮어 지우고 다시 드러내는 과정은, 끊임없이 의도를 지워내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새벽 작업실로 향하는 이강소는 여전히 다음 작업을 궁리하는 현역이다. 익숙해진 방식을 버리고 '안 하던 짓'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회화와 조각, 사진과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어온 그의 실험은 11월 1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거장이 빚어낸 찰나의 흔적들은 우리가 믿어온 실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