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 공급 평행선, 국토부·서울시 장외 설전

2026-08-26 21:29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부동산 현안을 논의했으나, 핵심 쟁점인 용산공원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회동 직후 양측은 소셜미디어와 브리핑을 통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서울의 주택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도 방법론에서는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김 장관은 회동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이 절박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용산 불가론'만 고수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미 장교 숙소 등으로 사용되어 훼손된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만큼은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절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서울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가 상징성이 큰 용산공원을 주택 단지로 만드는 것은 도시의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논리다. 시는 정부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 계획을 완전히 철회해야만 다른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대신 보전 가치가 낮은 일부 그린벨트 해제나 탄천물재생센터 부지 활용 등 현실적인 대체지를 통해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자는 역제안을 내놓으며 배수진을 쳤다.

 

양측은 회동 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두고도 진실 공방을 벌였다. 오 시장은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용적률을 1.2배 높일 경우 상당한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즉시 설명자료를 내고 용적률 상향에 대해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며 오 시장의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러한 엇박자는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하지만,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라는 카드 역시 용산 부지 철회와 맞물려 있어 협상의 실타래는 더욱 꼬여가는 형국이다. 양측이 서로의 제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만 주고받으면서 주택 공급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수도권 주택 정책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둔 정치적 힘겨루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공급 부족의 책임을 지자체에 돌리고 있고, 오 시장은 합리적인 대안을 무시하는 정부의 독단을 비판하며 맞서고 있다. 주택난에 허덕이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국토부와 서울시가 극적인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12년 만의 귀환, 서도호의 '무지갯빛 집' 열린다

의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구현한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이번 전시는 8월 27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진행되며, 30여 년간 '집'이라는 화두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이동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의 예술 여정을 총망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서도호 예술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미공개 초기작부터 2026년 최신작까지 50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군이다. 전시장 입구 복도에 설치된 '시드 뱅크'는 작가의 유년 시절 드로잉과 조각, 대학 시절의 실험적인 작업들을 모아놓은 예술적 저장고다. 어린 시절 마당의 나무를 깎아 만든 조각품 등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작품들은, 훗날 세계 미술계를 매료시킨 서도호만의 독창적인 시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소중한 단서를 제공한다.전시 공간은 작품의 연대기적 나열보다는 작가의 사유가 확장되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3전시실 입구에 놓인 성북동 한옥 대문 재현작 '작은 문'을 지나면, 작가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는 드로잉 20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으로 수묵화의 거장 서세옥의 아들이기도 한 작가는, 동양적인 선의 미학과 서구적인 조각 기법을 결합해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 언어를 구축해왔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한다.4전시실에서는 서도호의 대표적인 연작인 '러빙/러빙'이 집중적으로 소개된다. 종이를 특정 장소에 밀착시킨 뒤 흑연으로 문질러 그 표면의 흔적을 기록하는 이 작업은, 사라져가는 공간에 대한 애정과 기억을 동시에 담아낸다. 작가는 '문지르다'와 '사랑하다'의 발음적 유사성을 활용해 장소에 대한 물리적 기록을 정서적 유대로 승화시켰다. 성북동 한옥을 기록한 작품이 개인의 향수를 자극한다면, 광주극장 사택을 담은 작업은 공동체의 역사로 시선을 확장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서도호는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한 이후 뉴욕 MoMA와 테이트 모던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여왔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켜, 물리적인 벽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는 '심리적 거주지'를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투명한 천으로 지어진 그의 집들은 관람객들에게 집이란 단순히 머무는 건물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이동하든 함께 짊어지고 다니는 기억의 덩어리임을 상기시킨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3·4·5전시실과 공용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서도호라는 거장의 사유가 어떻게 변화하고 심화되었는지 보여주는 입체적인 지도가 될 것이다. 관람객들은 투명한 천 사이를 거닐며 작가가 살았던 집의 문고리와 벽면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3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500여 점의 작품들은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작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프로젝트를 하나로 묶어내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