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구 연속 직구의 오만, 스캇이 자초한 패배

2026-08-28 16:43

 LA 다저스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말 뼈아픈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승부를 결정지은 주인공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이었지만,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패배의 화살을 특정 선수에게 돌리지 않았다. 로버츠 감독은 김하성이 경기를 매듭지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팀이 패배한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 내내 반복된 공수 양면의 실행력 부족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마지막 안타 하나보다 팀 전체의 집중력 저하가 더 큰 문제였다는 뼈아픈 자성이다.

 

이날 다저스의 불운은 마운드 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야심 차게 선발로 나선 사사키 로키가 4회말 투구 중 예상치 못한 부상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오른손 중지의 물집이 터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며 사사키는 4실점을 기록한 채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선발 투수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불펜 운용에 과부하를 주었으며, 로버츠 감독은 사사키를 즉시 부상자 명단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선발 로테이션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음을 시사했다.

 


수비진의 치명적인 판단 착오 역시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4회말 1사 2, 3루의 위기 상황에서 좌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는 평범한 플라이 타구의 낙구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책성 플레이를 범했다. 타구를 지나치는 실수가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되면서 다저스는 리드하던 경기의 주도권을 순식간에 내주고 말았다. 실점 자체보다 수비의 기본기가 흔들린 장면은 벤치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공격력 또한 결정적인 순간마다 침묵을 지켰다. 다저스 타선은 경기 내내 수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하며 애틀랜타 마운드를 압박했지만, 정작 주자를 불러들여야 할 적시타는 터지지 않았다. 내야수 맥스 먼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수많은 찬스 중 단 하나만 제대로 살렸어도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득점권에서의 응집력 부족을 자책했다. 압도적인 전력을 갖추고도 효율적인 득점 생산에 실패한 점이 결국 9회말 위기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운명의 9회말, 마무리 투수 태너 스캇의 투구 전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스캇은 시즌 타율 6푼대에 머물던 김하성을 상대로 지나치게 정직한 승부를 고집했다. 8구 연속 포심 패스트볼만 던지는 단조로운 패턴은 결국 김하성의 방망이에 정확히 걸려들었고, 시속 156km의 강속구는 좌전 끝내기 안타로 변했다. 상대의 부진한 성적만 믿고 변화구 섞기를 주저했던 오만한 투구 배합이 다저스의 마지막 희망을 꺾어버렸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이번 패배를 다저스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악재의 집합체라고 평가했다. 선발의 부상 강판부터 외야수의 수비 실책, 잔루가 쌓인 공격력, 그리고 마무리의 실투까지 연쇄적인 붕괴가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김하성의 안타는 그저 무너져가던 다저스라는 성벽에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것에 불과했다. 로버츠 감독의 말처럼, 다저스가 진정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김하성이라는 특정 타자가 아닌 팀 내부의 총체적인 부실을 바로잡는 일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굿판의 현대적 반란…서울시무용단 '무감서기'

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궤적은 현대적인 세련미를 물씬 풍겼다. 무대 위를 채우는 소리꾼의 애절한 음성은 무용수의 거친 호흡과 맞물려, 마치 실제 굿판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자아냈다.지난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개된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무감서기’(Gut: Whispering Steps) 오픈 리허설 현장은 전통의 파격적인 변신을 목격하려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작품은 서울굿의 마지막 단계에서 의뢰인이 무녀의 옷을 빌려 입고 직접 춤을 추는 행위인 ‘무감서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45명에 달하는 무용수가 펼치는 거대한 군무는 굿이 가진 장엄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현대 무용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해낸다.이날 리허설에서는 전체 12개 마당 중 황, 청, 적, 백의 눈물로 명명된 네 개의 핵심 장면이 시연되었다. 무속 신앙의 오방색을 인간의 감정과 연결한 이번 신작은 기무간, 최태헌, 박정훈 등 주목받는 안무가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장에 초청된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미세한 떨림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을 죽였으며, 시연이 끝난 뒤에는 창작진을 향해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종교적 재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무감서기의 진정한 의미가 타인이나 신비로운 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주체적인 의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굿이라는 형식을 빌려 현대인이 겪는 고통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다섯 가지 색깔의 눈물로 형상화한 것이다.전통 한국무용을 전공한 단원들이 컨템퍼러리 댄스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윤 단장은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았다. 수십 년간 다져온 전통의 기초가 없었다면 이러한 현대적 움직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군무의 합 속에서도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이 분출되는 즉흥적인 지점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울시무용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냈다.전통 굿의 제의적 형식과 현대 무용의 자유로운 표현이 만난 ‘무감서기’는 오는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가장 어두운 흑의 눈물에서 시작해 온전한 해소에 이르는 백의 눈물까지, 무대 위에서 펼쳐질 치유의 여정은 관객들에게 한국 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굿의 호흡을 현대적 감각으로 깨운 이번 초연은 올가을 공연계의 가장 강렬한 잔상을 남길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