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마사 이다, 한국 첫 개인전 개최…기억과 순간을 캔버스에 담다
2026-08-31 13:53


특히 대구 전시에서 선보이는 '반 고흐' 시리즈는 실제 고흐의 초상을 재현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작가는 고흐를 떠올릴 때 그의 얼굴보다 해바라기와 밀밭, 자화상 등 작품의 이미지가 먼저 기억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고흐의 얼굴과 대표적인 회화 이미지를 화면에 함께 녹여내고 두터운 물감과 거친 붓질을 활용해 자신만의 고흐를 표현했다.
작가에게 인물은 오랫동안 중요한 소재였다.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영향을 준 멘토 등이 작품에 등장하지만, 단순히 특정 인물을 기록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물을 통해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지는 기억과 존재의 흔적을 회화에 남기고자 한다. 때문에 화면 속 인물은 선명한 얼굴 대신 흐릿하거나 뒤틀린 형태로 표현된다.
풍경화에서도 이러한 관심은 이어진다. 최근 영국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고흐가 생애 마지막 시기를 보낸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머물며 같은 장소를 시간대별로 관찰하고 그림으로 옮겼다. 빛과 날씨가 계속 달라지는 과정에서 눈앞의 풍경과 작가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이러한 작업은 의도하지 않은 이미지와 우연한 변화까지 회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무의식'과 '무작위'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이러한 철학은 매일 하루를 돌아보고 그날의 감정과 기억을 그림으로 남기는 '엔드 오브 투데이' 프로젝트에도 이어진다. 10년 이상 지속된 이 작업은 작가 개인의 일기이자 시간이 쌓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유키마사 이다의 이번 전시는 기억과 현실, 우연과 의식 사이에서 회화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우손갤러리 서울·대구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경주 오아르미술관 전시는 내년 3월 14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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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궤적은 현대적인 세련미를 물씬 풍겼다. 무대 위를 채우는 소리꾼의 애절한 음성은 무용수의 거친 호흡과 맞물려, 마치 실제 굿판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자아냈다.지난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개된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무감서기’(Gut: Whispering Steps) 오픈 리허설 현장은 전통의 파격적인 변신을 목격하려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작품은 서울굿의 마지막 단계에서 의뢰인이 무녀의 옷을 빌려 입고 직접 춤을 추는 행위인 ‘무감서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45명에 달하는 무용수가 펼치는 거대한 군무는 굿이 가진 장엄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현대 무용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해낸다.이날 리허설에서는 전체 12개 마당 중 황, 청, 적, 백의 눈물로 명명된 네 개의 핵심 장면이 시연되었다. 무속 신앙의 오방색을 인간의 감정과 연결한 이번 신작은 기무간, 최태헌, 박정훈 등 주목받는 안무가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장에 초청된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미세한 떨림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을 죽였으며, 시연이 끝난 뒤에는 창작진을 향해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종교적 재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무감서기의 진정한 의미가 타인이나 신비로운 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주체적인 의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굿이라는 형식을 빌려 현대인이 겪는 고통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다섯 가지 색깔의 눈물로 형상화한 것이다.전통 한국무용을 전공한 단원들이 컨템퍼러리 댄스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윤 단장은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았다. 수십 년간 다져온 전통의 기초가 없었다면 이러한 현대적 움직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군무의 합 속에서도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이 분출되는 즉흥적인 지점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울시무용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냈다.전통 굿의 제의적 형식과 현대 무용의 자유로운 표현이 만난 ‘무감서기’는 오는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가장 어두운 흑의 눈물에서 시작해 온전한 해소에 이르는 백의 눈물까지, 무대 위에서 펼쳐질 치유의 여정은 관객들에게 한국 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굿의 호흡을 현대적 감각으로 깨운 이번 초연은 올가을 공연계의 가장 강렬한 잔상을 남길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