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3개월 질주 뒤 찾아온 고비…

2026-09-02 10:43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의 가장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시즌 초반 3할 타율을 바라보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던 흐름은 어느새 한풀 꺾였다. 8월을 지나며 타율은 2할 8푼대로 내려왔고, 이제 남은 9월 한 달이 그의 시즌 전체 평가를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됐다.한때 이정후의 시즌은 순조로워 보였다. 특유의 정교한 콘택트 능력과 안정적인 선구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빠른 공에 밀리지 않았고, 변화구에도 쉽게 속지 않았다. KBO리그 시절부터 강점으로 꼽혔던 배트 컨트롤은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였다. 시즌 초반 이정후는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며 3할 타율을 유지했고, 현지에서도 샌프란시스코가 원했던 유형의 타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긴 시즌은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경기, 긴 원정 이동, 낯선 구장과 환경, 그리고 상대 팀의 집요한 분석이 쌓이면서 이정후의 페이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에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상대 투수들이 이정후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시간이 됐다.

 


특히 빅리그 투수들은 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던지지 않는다. 약점이 드러나면 집요하게 파고든다. 몸쪽 빠른 공,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을 활용한 유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정후도 쉽게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타자라고 해도 긴 시즌 내내 같은 감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체력 저하까지 겹치면 타구 질과 타이밍은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강정호의 과거 전망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직접 경험했던 강정호는 아시아 출신 타자가 빅리그 풀시즌을 치를 때 겪는 어려움을 언급하며, 이정후의 시즌 타율이 2할 8푼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내다본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이정후가 3할에 가까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인 전망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상황은 강정호의 분석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로 이정후는 8월 31일 현지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안타 생산이 멈추면서 시즌 타율은 2할 8푼 8리까지 떨어졌다. 한때 3할 타율을 기대하게 했던 페이스와 비교하면 뚜렷한 하락세다. 단순히 한 경기 부진으로 보기에는 최근 흐름 전체가 무겁다.

 

물론 2할 8푼대 타율이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타자가 이 정도 타율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정후는 단순히 안타만 치는 선수가 아니라 출루, 주루, 수비에서도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다. 낯선 리그에 적응하는 첫 시즌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현재 성적도 의미가 작지 않다.

 

문제는 기대치다. 시즌 초반 워낙 좋은 출발을 보였기 때문에 팬들의 눈높이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3할 타율, 두 자릿수 홈런, 안정적인 리드오프 또는 중심타선 역할까지 다양한 기대가 붙었다. 그래서 현재의 하락세가 더 크게 느껴진다. 3개월 동안 잘하다가 남은 기간 평범한 성적으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관건은 9월이다. 시즌 막판 한 달은 선수의 진짜 체력과 적응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이미 상대 투수들은 이정후에 대한 데이터를 충분히 쌓았다. 이제 이정후 역시 그 공략법에 다시 대응해야 한다. 빅리그에서 살아남는 타자들은 한 번 잘 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상대가 바꾼 승부 방식에 맞춰 자신도 조정한다. 이정후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재조정’이다.

 

타격감 회복의 핵심은 무리한 장타 욕심보다 자신의 장점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이정후의 가장 큰 무기는 정확한 콘택트와 코스별 대응 능력이다. 안 좋은 공을 억지로 치기보다 스트라이크존을 지키고, 좋은 공을 기다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 방식이 살아나야 한다. 타구 방향도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좌중간, 우중간을 넓게 활용할 때 이정후다운 타격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도 이정후의 반등은 중요하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상위 타선 또는 중심 타선에서 꾸준히 출루하고 기회를 연결해줄 타자가 필요하다. 이정후가 9월에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린다면 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 공격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정후의 첫 메이저리그 풀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할 8푼대에서 시즌을 마칠지, 마지막 한 달 반등을 통해 다시 3할에 근접할지는 앞으로의 경기력에 달렸다. 분명한 것은 이번 고비가 이정후에게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즌 초반의 성공과 중반 이후의 어려움, 그리고 막판 대응 과정까지 모두가 빅리그 적응의 일부다.

 

3개월 잘하고 3개월 평범한 시즌으로 끝날지, 아니면 마지막 한 달 반등으로 평가를 다시 바꿀지. 이정후의 9월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지금부터의 안타 하나하나가 그의 첫 풀타임 시즌을 설명하는 결정적인 문장이 될 수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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