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까지 유튜버 모집”…위조상품 총책 덜미
2026-09-09 10:27

지식재산처는 8일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로 도피한 위조상품 판매 총책을 검거하고 국내 공범까지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 이른바 상표경찰은 상표법 위반 혐의로 총책 A씨(32)를 구속했다. 국내에서 함께 범행한 B씨(42) 등 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상표경찰이 출범한 이후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 해외로 달아난 위조상품 판매 피의자를 국제공조를 통해 현지에서 붙잡아 국내로 송환한 첫 사례다. 상표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 절차를 활용해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A씨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이후 약 1년 동안 현지에서 국내외 유튜버들과 공모해 라이브방송을 통해 국내에 위조상품을 유통하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상표경찰이 지난해 7월 경기도 일대에 있던 B씨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사무실에서는 가방과 의류 등 위조상품 8000여 점이 발견돼 압수됐다. 해당 물품의 정품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약 37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단속이 이어지자 A씨는 베트남 현지에서 새로운 판매조직을 꾸린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10여명을 모집한 뒤 이른바 '00연합'이라는 위조상품 판매조직을 만들고 범행을 계속했다.
해외로 도피한 뒤에도 국내 판매를 이어가기 위해 현지 유튜버들을 직접 끌어들인 셈이다. 라이브방송을 활용해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방식도 계속 유지했다.
상표경찰은 A씨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인터폴을 비롯해 검찰청, 경찰청과 국제공조 수사를 진행하면서 국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A씨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한 조치도 함께 진행했다.
주베트남 대한민국대사관과 베트남 수사기관도 수사에 협력했다. 그 결과 A씨는 지난 5월 베트남 현지에서 체포됐다. 체포 이후 약 3개월 만인 지난달에는 국내로 송환됐다.
상표경찰은 A씨가 위조상품을 유통·판매하게 된 경위와 국내 판매자를 모집하고 관리한 과정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확인된 공범 외에 추가 가담자가 있는지, 다른 범행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최근 위조상품범죄는 온라인 플랫폼과 SNS, 라이브방송 등을 이용해 판매자를 모집하고 해외에서 위조상품을 공급받는 등 조직·국제화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판매자 단속에 머물지 않고 위조상품 공급자와 판매조직의 상위 단계까지 추적하는 기획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수백 개의 병뚜껑으로 삼국시대 금동신발을 표현한 학생들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이 만들어낸 장면들이다. 최근 이 행사는 SNS에서 48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유산을 직접 몸으로 표현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참여형 콘텐츠가 대중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과거 박물관은 조용히 유물을 감상하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녀노소가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사실 예술 작품을 사람들이 직접 따라 하며 즐기는 문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명화나 역사적 장면을 사람의 몸과 주변 배경으로 재현한 뒤 그대로 멈춰 있는 ‘활인화(Tableaux Vivants)’가 사교적인 오락으로 인기를 끌었다.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국 J. 폴 게티 미술관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활용해 유명 작품을 재현하는 챌린지를 제안했고, 이는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이어졌다.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흐름을 우리 문화유산에 접목했다. 2025년 처음 시작한 ‘국중박 분장놀이’는 유리 진열장 안에 놓여 있던 유물을 사람들이 직접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기획이다.참가자들은 단순히 유물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찾아보고 공부한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익숙하게 보던 문화유산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면서 진열장 속 유물이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특히 지난해 시작한 행사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올해는 전국 4개 권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참가자들은 널리 알려진 유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까지 찾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재현했다.이 과정에서 대중은 단순히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서 벗어났다. 자신이 직접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재미를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하지만 행사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지역 박물관의 현실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형 국립박물관에 비해 지방 공립박물관은 인력과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지역에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향토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이런 유물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한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다.문제는 이를 실제 기획으로 이어갈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 공립박물관에서는 소수의 학예사가 유물 관리뿐 아니라 각종 행정 업무까지 맡는 경우가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이유다.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발길을 지역으로 이끄는 문화 콘텐츠도 필요하다. 이번 ‘국중박 분장놀이’의 흥행은 재미있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따라서 이 기획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전국적인 문화 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박물관으로 경험을 넓힐 필요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행사 규모를 확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의 작은 박물관들도 비슷한 기획을 시도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지역 박물관에 잠들어 있는 향토 문화유산도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만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사람들이 직접 유물을 표현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면 박물관은 지역민에게 더욱 가까운 공간이 될 수 있다.국중박 분장놀이가 보여준 가능성이 수도권의 대형 박물관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곳곳으로 이어진다면 문화유산을 즐기는 방식도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진열장 속에 머물던 유물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문화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