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 여는 시간 늦어진다…내년 9시30분부터
2026-09-29 08:2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28일 산별중앙교섭을 잠정 타결했다. 지난 4월 교섭을 시작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은 현재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어진다. 금요일에는 영업 종료 30분 전부터 새로운 고객을 받지 않는 라스트콜 제도를 시행한다.
현재 시행 중인 금요일 조기 퇴근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 직원에게는 실제 근무시간을 따져 연간 최대 이틀의 보상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합의안이 최종 확정되면 일반적인 창구 이용시간은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로 바뀐다. 금요일에는 신규 고객 접수가 오후 3시30분에 끝나면서 실제 이용 가능 시간이 약 6시간으로 줄어든다.
개점 시간을 늦추는 것은 은행 직원들의 실제 근무가 고객을 맞이하는 시간보다 일찍 시작된다는 점이 주요 이유다. 오전 9시부터 창구 업무를 시작하려면 직원들은 출근 후 전산 시스템과 현금 취급을 준비하고 당일 업무를 확인해야 한다.
영업점 문을 닫은 뒤에도 업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당일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정산하는 것은 물론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마무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금융노조는 이 같은 업무 부담을 고려해 개점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낮 시간에 직장을 비우기 어려운 고객의 경우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직원들의 근무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영업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한 시간 단축했다. 이후 2023년 1월 다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상화했다.
이번 합의안이 시행되면 영업시간이 정상화된 지 약 4년 만에 다시 단축되는 셈이다.
반면 은행 직원들의 임금은 인상된다. 잠정합의안에는 총액임금을 3% 올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직원이 주당 1시간 이내에서 출근시간을 늦출 수 있는 자율출근제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29일 지부 대표자 회의를 열고 잠정합의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예고했던 2차 총파업은 철회하기로 했다.
은행 직원들의 급여 수준도 이번 합의안을 둘러싼 논란의 한 요인이다. 앞서 공개된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7150만원이었다. 각 은행 반기보고서에 나온 수치를 단순 평균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0만원, 12.6% 증가했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평균 급여는 약 1억43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600만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 직원의 근무 여건 개선과 고객 서비스 시간 단축을 함께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임금은 오르는 가운데 고객이 직접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드는 만큼 이에 대한 반발과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대작이다. 만해아카이브연구소 관계자들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망우역사문화공원 내 만해 한용운 묘역에서 ‘교감 영인 만해 용운당 전서’를 만해 영전에 봉정했다. ‘교감’은 여러 판본을 비교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다는 뜻이며, ‘영인’은 원본의 모습을 그대로 복제해 수록했다는 의미다.이번 전서는 서윤길 동국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김진병 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이 자료를 모으고 비교·검토해 만들었다. 책으로 엮은 분량만 4020쪽에 달한다.‘조선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 ‘님의 침묵’, ‘십현담주해’ 등의 초판본을 비롯해 소설 ‘흑풍’, ‘박명’, ‘삼국지’가 실린 당시 조선일보 지면과 시·시조·한시 등의 최초 발표 자료도 그대로 담았다. 제작 과정에서는 서 교수의 제자인 이근창 한양스틸프라자 대표도 힘을 보탰다.가장 큰 의미는 만해가 실제로 어떤 글을 썼는지 원형에 가깝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만해의 작품은 인기가 높아 여러 차례 다시 인쇄됐지만, 한 번 잘못 인쇄된 글자가 이후 판본에서도 반복되는 경우가 있었다.연구팀은 ‘님의 침묵’에서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라는 문장의 글자가 빠진 사례와 ‘羅針盤(나침반)’이 ‘羅盤針(나반침)’으로 잘못 인쇄된 사례 등을 확인했다. ‘고퉁’, ‘겨을밤’, ‘흔들○는’ 등 오탈자도 발견했다. 전서는 원문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각주를 통해 이런 오류를 바로잡았다.신문 연재소설에 실린 만해의 글도 당시 지면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만해는 1938년 조선일보에 ‘박명’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 여성의 희생과 헌신을 그리겠다는 작가의 말을 남겼다. 1939년 ‘삼국지’ 연재를 시작할 때에는 어린 시절 삼국지를 읽으며 얻은 감명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당시 만해가 한문에서 한글 중심으로 변화하던 시대적 흐름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썼다는 점도 전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해는 순한문과 현토한문, 국한문 혼용, 순한글을 글의 성격에 따라 사용했다. 특히 3·1 운동으로 투옥된 이후에는 순한글로 쓴 저작이 늘어나는 변화도 나타난다.제작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학연문화사 권혁재 대표는 처음 영인본 제작을 제안받았을 당시에는 3개월이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년 반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미 편집한 내용을 다시 작업하기도 했다.전서에는 만해의 생애를 정리한 90쪽 분량의 연보와 출가 당시부터 ‘박명’ 연재 당시까지의 사진 14점도 실렸다. 당시 신문과 잡지에 등장한 ‘님의 침묵’ 관련 광고 40편도 수록했다.만해 연구 자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 목록도 방대하다. ‘한용운 연구’, ‘만해 한용운’, ‘만해 한용운의 기억과 계승’ 등 단행본 166종과 1959년 이후 발표된 연구 논문 1005편의 제목이 정리됐다. 해외 논문 55편과 학술대회 발표문, 언론·출판 매체의 만해 관련 글도 포함해 전체 목록만 150쪽이 넘는다.만해아카이브연구소는 만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서가 연구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만해 탄신 150주년인 2029년을 목표로 저작을 현대어로 옮긴 ‘번역본 만해 용운당 전서’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