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도발 규탄엔 한뜻…군 대응 책임 놓고 여야 충돌

2026-10-15 07:22

 국회 국방위원회가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매설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야는 북한의 지뢰 매설 행위를 도발로 규정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모았지만,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한 우리 군의 대응 책임 및 조사 지연 의혹을 결의안에 포함할지를 두고 대립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군의 대응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데 반발해 표결 직전 퇴장했으며, 결의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국방위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지역에서의 북한 지뢰 도발 규탄 결의안’을 의결했다. 결의안은 지난달 21일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친 사건을 북한의 도발로 규정했다. 해당 행위를 정전협정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우리 장병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명시하며 북한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결의안은 북한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우리 측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관련 책임자를 처벌하고 같은 유형의 도발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지뢰 폭발로 부상한 장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유엔군사령부와 긴밀하게 공조해 관련 대응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여야는 결의안의 기본적인 방향과 북한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합의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북한의 지뢰 매설을 규탄하는 문구를 포함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결의안에서 제외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관련 의혹을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확인할지를 놓고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우리 군의 대응 과정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했는지, 관련 조사에 지연이 있었는지 등을 결의안에 포함해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간사인 임종득 의원은 군의 대응 책임과 관련한 내용이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보자는 내용조차 담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 규탄으로 끝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사고 발생 경위와 군의 대응을 확인하지 않는 것은 충분한 조치가 아니라는 취지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우리 군의 책임 문제까지 함께 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북한의 책임을 묻는 내용과 우리 군의 책임을 동시에 포함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결의안의 목적은 북한의 지뢰 매설 행위를 규탄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데 있는 만큼, 군의 대응과 관련한 의혹은 별도의 절차를 통해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도 군이 북한의 도발을 방기했다거나 관련 조사가 지연됐다는 의혹이 현재 확인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결의안에 반영하기보다는 국정감사 등 별도의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군의 대응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부정하기보다는 해당 사안을 북한 규탄 결의안과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야 간 대립은 결의안 표결 직전까지 이어졌다. 진성준 국방위원장이 군의 대응 책임을 규명하는 문구를 제외한 결의안의 표결을 진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후 결의안은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가결됐다.

 

이번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행위를 규탄하는 데 대한 여야의 공감대와 별개로, 사건의 책임을 어디까지 규명하고 결의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북한의 지뢰 매설을 정전협정 위반이자 우리 장병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로 규정하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군의 대응 책임과 조사 지연 의혹을 같은 결의안에서 다뤄야 하는지를 놓고는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의안은 북한에 진상규명과 사과,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는 부상 장병 지원과 유엔군사령부와의 공조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우리 군의 대응 책임과 조사 지연 의혹은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해당 의혹은 향후 국정감사 등 별도의 국회 절차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규탄과 함께 군의 대응 과정에 대한 검증을 어떻게 진행할지가 후속 논의의 쟁점으로 남게 됐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해인사, AI 시대에 다시 새기는 대장경…전통 판각기술 계승 나서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기원한다는 취지다.해인사는 오는 29일 경남 합천 해인사 법계탑 마당에서 ‘해인사 장경도감 대장경 판각 고불식’을 봉행한다고 15일 밝혔다. 행사의 주제는 ‘다시 새기는 대장경, 인류를 향하다’다.13세기 고려는 몽골의 침략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던 시기에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염원을 담아 팔만대장경을 조성했다. 해인사는 당시 대장경에 담긴 정신을 오늘날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전쟁과 갈등, 기후변화, 핵무기 위협 등의 문제로 확장해 계승한다는 계획이다. 해인사 측은 이번 사업이 기존 팔만대장경 경판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장경 조성에 담긴 정신과 전통 판각기술을 되살리고, 글자 하나를 새기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수행과 책임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특히 이번 사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이 직접 손으로 글자를 새기는 행위의 의미를 조명한다. 나무의 결을 살피고 조각도에 가하는 힘을 조절하며 한 글자에 집중하는 판각 과정은 단순한 제작기술을 넘어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고 수행과 책임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전통 판각기술을 이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일도 사업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해인사 판각학교에서는 스님과 교육생들이 직접 나무를 다듬고 조각도로 글자를 새기면서 판각기술과 수행정신을 배우고 있다. 해인사는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전통기술이 단절되지 않고 후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쓸 방침이다.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은 “8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대장경을 새겼다면, 오늘 우리는 사람과 생명, 평화와 인류 미래를 위해 다시 대장경을 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이어 “AI가 정보를 새긴다면, 인간은 원력을 새겨야 한다”며 “기술이 빨라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과 책임은 더 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 자체에만 주목하기보다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책임 의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인사는 대장경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디지털화와 다국어 번역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이 부처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기술 발전의 과정에서 인간의 마음과 책임이라는 가치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혜일 스님은 “경판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 수행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남기는 일”이라며 “우리는 경판만 다시 새기는 것이 아닌, 다음 천년을 살아갈 인간의 마음을 다시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번 고불식에는 해인사 방장 대원 대종사와 혜일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주요 스님,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경남도, 합천군 관계자, 국가유산 및 전통문화 전문가, 판각학교 관계자와 교육생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고불식은 대장경 판각 조성의 시작을 부처님께 고하는 의식이다.고불식에 앞서 법보전 앞마당에서는 ‘대장경 판각 조성 원만 성취 만일기도’ 입재식이 열린다. 고불식이 끝난 뒤에는 법보전에서 전통 판각 시연이 진행될 예정이다.해인사는 앞으로 판각기술 교육과 전승을 비롯해 관련 기록과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국민 참여 프로그램, 국제교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팔만대장경에 담긴 역사적·문화적 의미뿐 아니라 위기 속에서 평화와 미래를 기원했던 정신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