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산하 경제기관장 3명 임명

2026-10-20 05:29

 부산시가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신용보증재단, 부산경제진흥원을 이끌 신임 기관장 3명을 임명했다. 산업 현장과 금융, 경제정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을 각 기관의 수장으로 선임해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19일 심재운 전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장을 부산테크노파크 원장으로, 김현준 전 부산은행 경남·울산영업본부장을 부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를 부산경제진흥원장으로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오후 시청 의전실에서 신임 기관장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들의 임기는 각각 2년이다.

 

이번 인사는 민선 9기 출범 이후 부산시의회의 첫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임 기관장 3명은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영 능력과 정책 수행 역량, 도덕성 등을 검증받았다. 청문 절차를 거친 세 사람은 모두 적격 판정을 받은 뒤 정식 임명됐다.

 

 

 

부산테크노파크를 이끌 심재운 신임 원장은 부산상공회의소에서 32년간 근무하며 지역 경제와 기업 현장을 폭넓게 경험했다. 부산상공회의소 경제정책본부장과 조사연구본부장, 대외협력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부산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오랜 기간 지역 기업과 경제단체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수요에 맞춘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부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지역 산업의 기술 혁신과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기관인 만큼, 심 신임 원장은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고 이를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지역 기업들이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부산신용보증재단의 새 수장으로 임명된 김현준 신임 이사장은 부산은행에서 약 30년간 금융 분야 경력을 쌓았다. 부산은행 경남·울산영업본부장을 비롯해 녹산중앙지점장과 BIFC지점장 등을 지냈다. 부산대에서 부동산학과 경영컨설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금융 실무와 경영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다.

 

 

 

김 신임 이사장은 금융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경영 안정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지역 사업자들이 필요한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 주체들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경기 상황과 금융 여건 변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제진흥원을 이끌 황선웅 신임 원장은 경제 연구와 학계에서 활동해 온 경제 전문가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친 뒤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고용인적자원개발연구소장도 맡고 있다. 연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쌓은 경제 분석 및 정책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을 이끌게 된다.

 

황 신임 원장은 일자리 창출과 기업 성장 지원 등 지역경제의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역 산업의 변화와 고용 여건을 고려해 경제 활성화 사업의 효과를 높이고,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확대가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부산시는 이번 인사를 통해 각 기관이 가진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산업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부산테크노파크,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맡는 부산신용보증재단, 지역 기업과 경제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부산경제진흥원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산업구조 혁신과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기관별 전문성뿐 아니라 기관 간 협력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각 기관이 기업과 소상공인의 현장 수요를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추진하면 지역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신임 기관장들에게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전 시장은 “공공기관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민의 삶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서로 긴밀히 협력해 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책임 있는 기관 경영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임명된 기관장 3명은 앞으로 각자의 전문 분야를 토대로 부산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상공인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현안을 담당하게 된다. 부산시가 강조한 기관 간 협력과 정책 실행력이 실제 기업 현장과 시민 생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열일곱 소녀의 꿈은 어떻게 남았나…김혜자 주연 ‘여전히 찬란하게’

꿈꾼다. 노래에 재능이 있는 정임은 가수가 되고, 순옥은 정임을 무대에 세우는 단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나눈다. 서울에 가서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고된 현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그러나 일본군이 공장 취직을 내세워 어린 여자아이들을 끌고 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녀들의 평범한 일상은 위협받는다. 두 사람은 우선 몸을 숨기기로 한다.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소녀들의 삶은 시대의 폭력 앞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오는 21일 개봉하는 송일곤 감독의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이 당시를 살아간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정임과 순옥의 순수한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60여 년이 흐른 뒤 할머니가 돼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서로를 누구보다 아꼈던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순옥의 기억을 따라가며 두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속에 남겨진 감정을 하나씩 드러낸다.노년의 순옥은 배우 김혜자가, 정임은 배우 차미경이 맡았다. 두 배우가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마주한 친구의 모습을 연기하며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소녀 시절의 정임과 순옥은 각각 최주은과 박서경이 연기해 풋풋한 생명력을 더한다. 어린 시절의 꿈과 우정, 이후 두 사람이 겪게 되는 긴 시간의 간극은 서로 다른 세대의 배우들을 통해 교차하며 그려진다. 특히 이번 작품은 김혜자가 영화 ‘길’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송일곤 감독은 지난 15일 언론 시사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혜자를 캐스팅하기까지 여러 차례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당시 김혜자는 들꽃처럼, 이름 없는 꽃처럼 조용히 지내고 싶다며 당분간 작품 활동을 쉬고 싶다는 뜻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감독은 그런 김혜자를 거듭 찾아가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김혜자에 대해 “선생님은 ‘이 작품에 왜 출연해야 하는가’의 명분이 중요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누구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게 연습했다며, 외출도 삼간 채 대사와 쉼표, 시선 하나까지 반복해 준비했다고 전했다.김혜자가 오랜 공백을 깨고 작품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감기가 심해져 시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자필 편지를 통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편지에는 송 감독에게 받은 글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담겼다.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이었다. 김혜자는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슬픈 역사잖아요.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만 해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밝혔다.이는 영화가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이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바라며 살았는지 함께 돌아보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 속 피해자들을 고통의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꿈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다.두 노년 배우의 연기 역시 영화의 중요한 감상 지점이다. 어린 시절의 정임과 순옥을 연기하는 최주은과 박서경이 풋풋한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김혜자와 차미경은 눈빛과 표정만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전달한다. 송 감독은 김혜자를 두고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이어 친구를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미묘한 미소를 포착하고 싶었다며 배우의 일생과 다채로운 감정을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정임 역을 맡은 차미경도 김혜자의 연기를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그는 김혜자의 연기를 하얀 도화지 위에 물감을 떨어뜨렸을 때 아름답게 번져 나가는 수채화에 비유했다. 촬영 과정에서도 특별한 무언가를 억지로 표현하기보다 장면 속 상황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 집중했다며 “아름다운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여전히 찬란하게’는 이혜숙 작가가 쓴 희곡과 낭독극 형식의 짧은 대본에서 출발했다. 송 감독은 두 여성의 긴 세월을 담아낸 이야기에서 솔직한 마음과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러한 출발점은 영화의 간결한 소품과 뚜렷한 인물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작품은 작은 연극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며, 인물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극 중에는 소녀 정임이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두 사람이 미래를 상상하며 나누었던 꿈과 정임의 노래는 이야기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송 감독은 음악을 통해 영화의 정서가 관객에게 한층 감성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두 소녀가 함께 꿈꾸던 미래는 시대의 비극 속에서 멀어졌지만, 서로를 아끼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간 개인들의 꿈과 우정, 기억의 의미를 전한다.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오는 21일 개봉하며, 상영 시간은 118분이다.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