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6개월 앞둔 마크롱, 좌우서 동시 압박
2026-10-20 06:2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 이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질서 회복을 강조했지만 정치권의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약탈과 파괴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청년층의 분노를 해소할 구체적인 사회·경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약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사회적 불만과 치안 불안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마크롱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마크롱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파리 도심에서 발생한 약탈과 파괴 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며 어떤 이유로도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화국을 전복하려 한 이들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시위에 참여한 시민과 파괴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에 나선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만을 이해한다며, 이들이 표출해 온 깊은 불안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사회적 불만의 원인을 해결하는 일은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분노의 배경을 살피고 원인을 해결하는 동시에 공화주의 질서를 확고하게 지키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학생과 교사, 노동조합 대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을 모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연설에서는 청년층의 불만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나 생활비 부담을 덜어줄 지원책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조합과 정치단체에도 폭력 행위를 분명하게 규탄하고 사회적 긴장을 낮추는 데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위와 소요를 부추기는 세력이 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적 논쟁을 왜곡하려 한다는 비판도 내놨다. 정부가 폭력 사태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시위의 원인이 된 사회적 문제에도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빠지면서 연설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연설이 시민들의 요구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에 실질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선을 약 6개월 앞둔 시점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치안 회복을 강조하는 메시지만으로는 청년층의 불만과 생활고 등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좌파 진영은 정부가 청년과 시민들의 사회적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속한 사퇴를 촉구했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도 정부가 정치권과 노동계 인사들을 총리실로 불러 대화를 제안한 것을 문제 삼았다.
통들리에 대표는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리실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은 정치권을 향한 훈계가 아니라 사회·환경·민주주의 위기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문제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우파 진영은 시위대의 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강경한 치안 대책을 요구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는 국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결정과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정부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리크 시오티 국민우파연합(UDR)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과 조기 대선까지 요구했다.
이처럼 좌파는 사회적 불만을 해결할 정책과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우파는 폭력 사태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국가 권위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치안 문제와 사회적 요구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폭력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만으로는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어렵고, 반대로 시위의 배경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공공질서 회복을 요구하는 여론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폭력 사태 대응을 둘러싼 정부 내부의 책임 문제도 불거졌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치안 당국의 지휘 체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치안 책임자의 사임을 둘러싼 갈등은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어떻게 묻고 대응 체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 프랑스 사회에 누적된 불만과 정치적 갈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공공질서를 회복하는 동시에 청년층의 불안과 생활비 부담 등 사회적 문제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조각 작품이 설치된다. 평소 쉽게 방문하기 어려웠던 성북동 별서도 한시적으로 개방돼 관람객을 맞는다.성북구립미술관은 오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성북구 일대에서 제1회 '2026 성북아트위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성북구청과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집: 이어진 숨결'을 주제로 7개 특별·기획전시와 11곳의 역사문화예술 공간 프로젝트, 지역 미술기관 22곳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전시를 선보인다. 지역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예술의 흔적을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일상 속 공간을 예술을 경험하는 장소로 확장한다는 취지다.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는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다. 한국 수묵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서세옥과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서도호 부자의 작품을 성북동 한옥이라는 공통된 기억으로 연결했다.전시에서는 서세옥의 '인간' 연작과 서도호가 성북동 한옥을 탁본한 신작, 실 드로잉 등을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세대 간 기억과 경험을 이어주는 예술적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려대학교박물관에서는 변시지(1926~2013)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가 열린다. 제주 출신인 변시지가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거처를 마련하고 18년 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시기를 조명한다. 작가의 삶과 창작 활동을 지역의 역사와 연결해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서는 최만린과 박병욱의 작품을 '정릉집'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연결한 2인전 '집: 두 조각가를 잇다'를 선보인다.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에서는 이정윤의 작품전 '노래하는 집'이 관람객을 만난다. 각각의 공간이 지닌 고유한 역사와 기억을 작품을 통해 새롭게 해석한다.성북구 곳곳에 자리한 역사문화유산 11곳도 동시대 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최순우 옛집에는 조각가 최인수의 작품이 설치되며, 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에서는 이우성이 '심우도'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조선시대 왕비가 양잠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던 선잠단지에서는 신예선이 명주실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이번 행사의 주요 공간 가운데 하나는 성북동 별서다. 조선 말기 문인 황윤명이 조성한 전통 정원으로, 2020년 명승 제118호로 지정됐다. 행사 기간에 한시적으로 공개돼 관람객들이 역사적 공간과 현대미술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지난해 화재로 일부 소실된 송석정에는 한성필의 작품이 설치된다. 작가는 가림막 위에 수묵채색화로 옛 모습을 재현해 화재로 훼손된 공간의 과거 모습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사라지거나 변화한 공간의 흔적을 작품으로 되짚어볼 수 있도록 했다.한양도성 성벽 아래에는 조각가 정현의 '서 있는 사람' 7점이 놓인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성돌과 낡은 철도 침목을 활용한 조각이 역사적 구조물과 마주하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품은 성북아트위크 기간 이후에도 2027년 4월까지 감상할 수 있다.이 밖에도 이종석별장에서는 김동해의 작품을, 삼청각에서는 유나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권진규 아틀리에에서는 과거 이 공간을 레지던시로 사용했던 작가 4명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예술가의 작업 공간과 지역의 문화유산을 전시와 연결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작품 감상뿐 아니라 예술가와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공유서가 사서고생에서 열리는 성북아트페어에는 작가 21명이 참여해 작품 60점을 출품한다. 24일에는 오픈레지던시와 전시 연계 공연도 진행돼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예술 활동을 접할 수 있다.주요 전시장 11개 정류소를 연결하는 순환버스도 운영한다.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성북동을 비롯해 정릉, 장위, 안암 일대를 연결한다. 여러 전시 공간을 둘러보려는 관람객은 별도 티켓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은 이번 행사를 두고 성북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예술 자산을 동시대 예술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지역 곳곳에 자리한 보존 공간의 가치를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이번 성북아트위크는 미술관 내부에 머물던 전시 경험을 지역의 주택과 정원, 역사문화유산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성북구의 다양한 공간이 지닌 역사와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행사 일정과 전시별 관람 정보는 성북아트위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