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백은 불가, 개선은 곧…카카오톡 ‘불편의 시대’ 끝낼까
2025-10-15 11:22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이후 이용자 불만이 거세지는 가운데, 카카오는 논란의 핵심인 ‘롤백(이전 버전 복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우영규 카카오 부사장은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톡의 최근 개편을 되돌리는 이른바 롤백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용자 불편이 큰데 왜 이전 버전으로 복귀하지 않느냐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그는 “업데이트를 설치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구버전 사용은 가능하지만, A/S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그 근거로 서버와 앱(클라이언트) 간 호환성 저하, 보안 패치 적용의 어려움, 새 기능과의 연동 구조 등 기술적 제약을 제시했다.
이용자 불편에 대해서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면밀히 점검 중”이라며 “조만간 개선 방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 UX 조정의 큰 방향은 유지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4분기 내 친구 탭 첫 화면을 다시 ‘친구 목록’으로 복귀시키고,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 ‘소식’ 메뉴로 분리 제공하는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홈 화면 피드 도입 이후 ‘대화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국감 발언은 대규모 플랫폼 개편의 후폭풍 속에서 기술적 제약과 서비스 안정성, 이용자 경험,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카카오의 현재 해법을 드러낸다. 롤백 대신 점진적 보완과 UX 분리로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 카카오는 단기 개선 로드맵과 투명한 소통이 요구되는 기로에 서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상시키는 익숙한 듯 낯선 캐릭터들은 현실보다 가상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옥승철 개인전 ‘프로토타입’의 장면이다. 2017년 인디밴드 아도이(ADOY) 앨범 커버로 이름을 알린 옥승철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시각 감수성을 팝아트 어법으로 번안해왔다.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미지의 복제·변형·유통·삭제를 키워드로 약 80점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이며 ‘원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작가의 회화는 정교한 마스킹과 매끈한 표면 처리가 두드러진다. 광택을 머금은 색면은 붓질의 자취를 지우고 평면성 자체를 전면화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대치 상황의 긴장감 속에서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노출 과잉의 디지털 환경에서 감각이 무뎌지고, 불안은 상시화되는 동시대 정서를 담아낸 셈이다. ‘타이레놀’은 반복 노출된 자극에 둔감해지는 감각의 내성을 약물 은유로 그려낸 작품이다. 반면 ‘라쇼몽’ 연작은 동일 사건을 서로 다르게 지각·해석하는 인간의 인지 편차를 시각화해, 알고리즘이 분절시킨 정보 환경의 단면을 드러낸다.입체 작업은 이러한 정서를 한층 명징하게 한다. 높이 2.8m에 달하는 대형 조각 ‘프로토타입’은 머리가 잘린 메두사를 모티프로 삼되, 공포나 격정을 삭제한 채 무표정으로 서 있다. 복제 가능성을 전제하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이라는 제목처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익명적 존재가 된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표정과 굴곡을 최소화한 형태는 공업적 질감과 교차하며, 감정의 삭제를 시각적 규격화로 환원한다.전시장 연출도 메시지를 보강한다. 복도는 크로마키 촬영을 연상시키는 초록색으로 채워져, 관람자가 ‘클라우드’ 내부를 통과하는 듯한 체험을 만든다. 움직임과 시선이 곧 데이터가 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이미지는 저장되고 복제되며 필요에 따라 삭제된다. 관람 동선 자체가 그 과정의 은유가 된다.이번 전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을 미학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선명한 색채, 하이폴리곤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화면, 캐릭터성 강한 인물 등 ‘디지털 네이티브’의 시각 문법을 능숙하게 호출해 20·30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동시에 원작과 2차 창작이 뒤섞인 동시대 이미지 생태계에서 ‘원본’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복제는 더 이상 모방의 종속이 아니라, 끝없이 갱신되는 규격과 프로토콜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생산의 한 방식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옥승철의 ‘프로토타입’은 낯익은 감각을 빌려 불안을 가시화한다. 매끈함과 무표정, 규격화된 이미지 사이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스크린을 떠올리게 된다. 전시는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26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