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타고 뜬다! 감독·이적·규정까지 전면 업그레이드한 V-리그

2025-10-15 11:27

 진에어 2025~2026 V-리그가 새 타이틀스폰서와 함께 힘차게 출발한다. 여자부는 18일 흥국생명-정관장으로 막을 올리고, 남자부는 20일 한국전력-삼성화재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KOVO는 지난달 30일 진에어와 최대 2시즌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체결, 관중 증대와 국제 경쟁력 강화 등 공조 마케팅을 예고했다.

 

지휘봉 변화도 관심사다. 남자부 OK저축은행은 ‘봄배구 전도사’ 신영철 감독을 영입해 체질 개선에 나섰고, 여자부 흥국생명은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과 새 도전에 나선다. 코트 위 전력 지형도 달라졌다. 남자부에서는 전광인이 신호진 트레이드로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고, FA 김정호가 한국전력으로 향했다. 임성진은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고, 보상선수 정민수는 한국전력에 합류했다. 여자부에선 FA 이다현이 흥국생명으로 옮기며 센터진에 무게를 더했다. 베테랑 임명옥은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IBK기업은행에서 새 출발, 김희진은 현대건설로 트레이드되어 5kg 감량으로 재도약을 노린다. 황연주는 현대건설에서 한국도로공사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규정도 변화한다. 지난 시즌 시험 도입된 중간랠리와 그린카드는 폐지되고 FIVB 기준에 맞춘 서브·리시브 위치 자유화가 적용된다. 서버가 토스하기 전 서빙팀은 자유 배치가 가능하고, 리시빙팀은 토스 순간 포지션 변경이 허용된다. 스크린 반칙은 더 엄격해져, 서빙팀 선수는 공이 네트 수직면을 넘을 때까지 머리 위로 손을 올릴 수 없고, 주심 시야 기준으로 선수 간 전후좌우 1m 이상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연고지 이동도 이슈다. OK저축은행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안산에서 부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홈은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으로 정했고, 부산 첫 홈경기는 11월 9일 오후 2시 대한항공전이다. 새 스폰서, 새 감독, 굵직한 이적, 달라진 규칙이 맞물린 올 시즌 V-리그는 전술 다양성과 경기 템포가 더욱 살아나는 한편, 지역 팬층 확장과 흥행 반등을 향한 모멘텀을 마련했다. 이제 공은 코트 위로 넘어갔다. 팬들의 가을·겨울을 달굴 배구의 시간이 돌아왔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에반게리온인 줄?\" 옥승철 '프로토타입'전, 당신의 무표정을 해킹!

상시키는 익숙한 듯 낯선 캐릭터들은 현실보다 가상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옥승철 개인전 ‘프로토타입’의 장면이다. 2017년 인디밴드 아도이(ADOY) 앨범 커버로 이름을 알린 옥승철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시각 감수성을 팝아트 어법으로 번안해왔다.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미지의 복제·변형·유통·삭제를 키워드로 약 80점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이며 ‘원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작가의 회화는 정교한 마스킹과 매끈한 표면 처리가 두드러진다. 광택을 머금은 색면은 붓질의 자취를 지우고 평면성 자체를 전면화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대치 상황의 긴장감 속에서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노출 과잉의 디지털 환경에서 감각이 무뎌지고, 불안은 상시화되는 동시대 정서를 담아낸 셈이다. ‘타이레놀’은 반복 노출된 자극에 둔감해지는 감각의 내성을 약물 은유로 그려낸 작품이다. 반면 ‘라쇼몽’ 연작은 동일 사건을 서로 다르게 지각·해석하는 인간의 인지 편차를 시각화해, 알고리즘이 분절시킨 정보 환경의 단면을 드러낸다.입체 작업은 이러한 정서를 한층 명징하게 한다. 높이 2.8m에 달하는 대형 조각 ‘프로토타입’은 머리가 잘린 메두사를 모티프로 삼되, 공포나 격정을 삭제한 채 무표정으로 서 있다. 복제 가능성을 전제하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이라는 제목처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익명적 존재가 된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표정과 굴곡을 최소화한 형태는 공업적 질감과 교차하며, 감정의 삭제를 시각적 규격화로 환원한다.전시장 연출도 메시지를 보강한다. 복도는 크로마키 촬영을 연상시키는 초록색으로 채워져, 관람자가 ‘클라우드’ 내부를 통과하는 듯한 체험을 만든다. 움직임과 시선이 곧 데이터가 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이미지는 저장되고 복제되며 필요에 따라 삭제된다. 관람 동선 자체가 그 과정의 은유가 된다.이번 전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을 미학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선명한 색채, 하이폴리곤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화면, 캐릭터성 강한 인물 등 ‘디지털 네이티브’의 시각 문법을 능숙하게 호출해 20·30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동시에 원작과 2차 창작이 뒤섞인 동시대 이미지 생태계에서 ‘원본’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복제는 더 이상 모방의 종속이 아니라, 끝없이 갱신되는 규격과 프로토콜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생산의 한 방식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옥승철의 ‘프로토타입’은 낯익은 감각을 빌려 불안을 가시화한다. 매끈함과 무표정, 규격화된 이미지 사이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스크린을 떠올리게 된다. 전시는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26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