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있어도 카드 발급, 신용점수 안 따진다

2026-02-09 13:11

 금융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한 새로운 카드 상품 2종이 출시된다. 신용점수에 관계없이 후불교통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와 저신용 개인사업자를 위한 신용카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채무조정 중인 이들의 일상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신용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한 정책적 지원의 일환이다.

 

우선 오는 3월 23일부터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도 후불교통 기능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7개 카드사와 9개 은행을 통해 신청 가능한 '재기 지원 후불교통카드'는 현재 연체 사실만 없다면 채무조정 이력이나 신용점수와 무관하게 발급된다. 체크카드에 후불교통 기능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카드의 월 이용 한도는 초기 10만 원으로 설정되지만, 연체 없이 성실하게 사용하면 최대 30만 원까지 늘어난다. 꾸준한 신용 관리 노력을 보인 이용자는 향후 카드사의 자체 심사를 거쳐 대중교통 외 일반 상점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신용 기능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 다만, 이용 중 새로운 연체가 발생하거나 부정적인 공공정보가 등록되면 기능은 즉시 중단된다.

 

개인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도 마련됐다.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의 저신용 개인사업자는 '개인사업자 햇살론 카드'를 통해 최대 500만 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연체가 없고 연간 가처분소득이 600만 원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을 통해 발급이 가능하다.

 


특히 이 상품은 채무조정을 성실하게 이행 중인 사업자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 6개월 이상 연체 없이 변제 계획을 지키고 있다면 발급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 개인 햇살론 카드보다 한도가 높고 보증료가 면제되는 등 혜택을 강화했지만, 카드대출이나 리볼빙 같은 고위험 서비스와 해외 결제 등은 제한하여 건전한 금융 생활을 유도한다.

 

개인사업자 햇살론 카드 보증 신청은 오는 2월 20일부터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접수를 시작하며, 총 1000억 원 규모로 공급되어 약 3만 명의 개인사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향후 상품의 이용 실적과 연체 추이를 면밀히 분석해 한도 증액 기준을 조정하고 추가 공급 여부를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연극 '멸종위기종', 인간의 민낯을 겨누다

는 전쟁터의 막이 오르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무대의 중심에는 명성을 유지하려는 유명 사진가 '반우'와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조수 '은호'가 있다. 여기에 상업적 성공만을 좇는 패션 에디터 '유형'과 오직 동물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육사 '정연'의 존재가 더해지며 인물 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증폭된다.팽팽하던 긴장은 무리한 촬영으로 인해 결국 새 한 마리가 죽음을 맞이하며 산산조각 난다.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인물들은 변덕스러운 여론의 파도에 휩쓸리며 각자의 위치에서 급격한 상승과 추락을 반복한다.작품은 '멸종위기종 보호'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감춰진 인간의 이기심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무대 위 인물들에게 동물은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명성과 성공, 부를 위한 도구이자 상품일 뿐이다. 그들의 숭고한 외침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멸종위기종'은 한발 더 나아가 진실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이 시선을 지배하는 자가 곧 권력을 쟁취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무대 장치 위로 투사되는 박제된 사진 이미지는 시선이 가진 폭력성과 정서적 힘을 강렬하게 시각화한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이 연극은 현대 예술의 상업성과 자본주의의 속성을 짜릿한 긴장감 속에서 밀도 높게 펼쳐 보인다. 인간 내면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해부하는 이 도발적인 무대는 오는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