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근욱의 '금속의 날개' 전시 개최

2026-04-16 17:31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학고재 갤러리에서 작가 지근욱의 개인전 '금속의 날개'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4월 16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된다. 지 작가는 금속과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작품은 금속판에 색연필로 기하학적 무늬를 수천 번 그어 우주의 질서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지 작가는 '무엇을 그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집중하며, 선을 긋고 물질을 쌓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회화의 재현 중심에서 벗어나 행위 자체의 존재 방식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화면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감각의 장으로 확장된다.

 


전시의 핵심 개념은 '시간성'이다. 지 작가는 선 긋기라는 행위 속에 내재된 비선형적 시간 구조를 드러내며,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한 화면에 중첩돼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단일한 흐름으로 얽히는 '아나크로니즘적' 감각을 형성한다. 금속이라는 물질은 이러한 시간의 층위를 구체화하며, 빛과 결합해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깊이와 질감을 드러낸다.

 

작업 방식 또한 이러한 개념을 물리적으로 구현한다. 그는 일정한 간격과 압력으로 선을 반복해 그리며 화면을 채우고, 그 위에 안료를 쌓아 올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떨림과 오차는 기계적인 질서를 해체하고 독특한 질감과 융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형성된 화면은 시간의 밀도가 응축된 '물질적 장'으로 작동한다.

 


전시 공간 구성은 작품들이 일정한 거리와 방향성을 갖고 배치돼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며, 개별 작품들이 모여 비행 궤적과 같은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전시 제목인 '금속의 날개'가 상징하는 확장과 이동의 개념을 공간적으로 구현한 방식이다. '날개'는 물질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확장되는 운동의 방향성을 의미하며, 견고한 금속이 반복적 행위를 통해 점차 비물질적 감각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근욱은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예술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아트&사이언스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성곡미술관, 쉐마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현재 숙명여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호통판사' 천종호, 이번엔 십계명을 꺼냈다

깊이와 무게를 잃어버린 십계명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법정에서 엄격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만사소년'이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이번에는 법과 신앙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이번 신간은 십계명을 단순한 도덕률이 아닌, 오늘 우리의 삶에 직접 말을 거는 '살아있는 질문'으로 재해석한다. 오랜 시간 법대 위에서 정의와 책임, 질서와 회복의 문제를 다뤄온 저자의 경험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그의 법관으로서의 시선과 깊은 신앙적 성찰이 만나면서, 십계명은 더 이상 추상적인 규범이 아닌 우리 사회를 향한 구체적인 물음으로 되살아난다.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십계명을 '법'의 관점에서 성찰한다는 것이다. 자칫 개인의 윤리 문제에 머무를 수 있는 계명들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질서이자 사회 정의의 토대로 그 의미를 확장해 풀어낸다. 또한 예수의 핵심 가르침인 산상수훈과 십계명을 연결하며, 정의와 사랑이라는 두 가치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강영안 한동대 석좌교수는 이 책이 공적인 책임 속에서 신앙의 길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평가했다. 정의를 실현하면서도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십계명이 결코 낡은 말씀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천 판사는 '하나님 나라와 공동선', '선, 정의, 법', '예수 이야기' 등 꾸준한 저술 활동을 통해 법과 신앙,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1997년 판사로 임관한 이래 부산과 창원, 대구 등 여러 법원을 거치며 법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해왔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법원장 표창, 영산법률문화상, 옥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했다.이번 신간은 그의 오랜 법조 경력과 신앙적 고뇌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책은 십계명이 단순한 종교적 계율을 넘어, 한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세우고 개인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