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크루즈' 혼디우스호, 한타바이러스 확산 비상
2026-05-12 20:55
남미 아르헨티나를 출발해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가 한타바이러스라는 치명적인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출항 이후 선내에서 의문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는 결국 전 세계 20여 개국 승객 122명이 하선하여 각국으로 흩어지는 초유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스페인령 테네리페 섬에 마지막 승객들이 발을 내디뎠지만, 이들을 맞이한 것은 환영 인사가 아닌 삼엄한 방역 체계와 기나긴 격리 생활의 시작이었다.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한타바이러스 확진자는 총 7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중에는 귀국길 항공기 안에서 증상이 발현된 프랑스 승객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보건 당국 역시 네브래스카로 이동하던 승객 중 한 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스페인에서도 격리 중이던 자국민 1명이 무증상 확진자로 판명되었다. 이미 선내와 하선 직후 발생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인명 피해가 가시화되자 국제 사회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긴 잠복기를 고려해 유례없이 강력한 격리 지침을 하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음성 판정을 받은 승객들에게도 최대 6주에 달하는 42일간의 자택 격리를 명령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 또한 맨체스터로 귀국한 승객들을 전용 병원에 격리하고 상태를 정밀 평가한 뒤, 총 45일간의 자가 격리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는 일반적인 감염병 격리 기간을 훌쩍 뛰어넘는 조치로,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장 8주에 달한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잠복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40일 만에 승객을 모두 내려주고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혼디우스호는 방역의 끝이 아닌 새로운 확산의 시작점을 상징하게 되었다. 전 세계 보건 당국은 이제 각지로 흩어진 승객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크루즈발 집단 감염이 지역 사회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담장 너머의 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법한 장면들을 세밀하게 포착하여, 그 안에 숨겨진 존재의 감각과 고요한 정서를 캔버스 위에 구현해낸 결과물들을 한자리에 모았다.조현정 작가는 계원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줄곧 주변 세계에 대한 깊은 관찰을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화면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마당이나 담쟁이넝쿨이 무성하게 뒤덮인 벽면, 혹은 겨울 오후의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골목길 등 우리에게 친숙한 풍경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의 풍경 속에 묘한 긴장감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불어넣어 관객으로 하여금 풍경 너머의 본질을 상상하게 만든다.작품 곳곳에서 숨은그림찾기처럼 발견되는 고양이는 이번 전시의 핵심적인 상징물이다. 고양이는 화면 안에서 주변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도 결코 상황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독특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대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으면서도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작가 자신의 시선과도 닮아 있다. 타인이나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이러한 중립적인 태도는 작품 전체에 흐르는 정적인 밀도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전시의 제목과 동명인 대표작 ‘담장 너머의 숨’은 안과 밖, 혹은 나와 타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호리아트스페이스 측은 이번 전시가 담장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존재의 숨결이 닿는 지점을 시각화했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담장이라는 장치를 통해 보호받고 싶은 안락함과 너머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심리를 회화적 언어로 섬세하게 풀어냈다.색채의 파격적인 변주 또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다. 조현정의 캔버스 위에서 현실의 색은 기억과 감각의 여과기를 거쳐 새롭게 태어난다. 차가운 금속 창살은 따스한 레몬빛으로 빛나고, 평범한 풀밭은 신비로운 보랏빛으로 물든다. 이러한 색채의 중첩은 풍경에 입체적인 시간성을 부여하며, 관객들이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의 공기와 온도를 직접 체감하는 듯한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첫 개인전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한 조현정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신진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빛과 공기, 그리고 찰나의 감각들이 지나간 자리를 묵묵히 기록한 그의 작품들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일상의 평범함이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초여름의 삼청동 거리에 깊은 예술적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