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개혁신당, 정이한 자작극 알고도 묵인했나"

2026-07-10 22:56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의 음료 테러 사건이 자작극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개혁신당이 선거 전 자작극 사실을 알고도 후보를 사퇴시키지 않았다면 이는 부산 시민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선거 전 경찰이 이미 자작극 자백을 받아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수사 기관과 정당이 진실을 은폐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동훈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경찰이 선거 한참 전에 테러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이를 공표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만약 개혁신당이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즉시 후보를 사퇴시키고 시민들에게 고백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테러에 대한 동정 여론으로 인해 정 후보가 실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결국 부산 시민들이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만든 중대한 결함이라는 논리다.

 


실제 부산시장 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50.52%를 얻어 47.90%에 그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당시 정이한 후보는 1.56%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여권에서는 이 표심이 선거의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주진우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정 후보의 완주가 결과적으로 야권 후보의 낙선을 초래했다며, 개혁신당과 선관위가 자작극 사실을 인지한 시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당 차원의 인지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정 후보가 당에 자작극 사실을 알렸을 리 없으며, 경찰 또한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식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여권의 공세가 정당한 의혹 제기를 넘어선 정치적 목적을 가진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한 의원이 검사 시절의 시각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미애 의원 등 부산 지역 의원들은 개혁신당이 지난 5월 당시 사건의 실체를 어디까지 보고받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 보안을 이유로 선거가 끝난 뒤에야 사실을 알렸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당이 자당 후보의 신변과 관련된 중대 사안을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여권의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후보 개인의 일탈을 넘어 선거 관리 시스템과 공당의 후보 검증 책임론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도 자작극에 속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는 배신감이 커지면서, 선거 무효 소송이나 재검표 요구 등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개혁신당이 직면한 도덕적 타격과 여권의 정치적 공세가 맞물리면서, '정이한 자작극' 파문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대결의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AI 시대 회화의 힘, 권능이 캔버스에 압축한 시간

법한 이 기묘하고도 정겨운 풍경은 현재 서울 성동구 아뜰리에 아키에서 개인전 ‘일상의 계절학’을 열고 있는 권능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한다. 1990년생인 그는 역사적 거장들을 박제된 신화가 아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으로 재해석하며 아시아 미술 시장의 새로운 총아로 떠올랐다. 작가는 위대한 예술가들 역시 작업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친구들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일상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권능의 화면은 예술가의 작업실부터 아트페어 전시장, 한강공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 안에서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나 렘브란트의 자화상 속 주인공들은 현대인들 사이에 섞여 자연스럽게 전시를 관람하거나 산책을 즐긴다. 이러한 발상은 작가가 대학 시절 아트페어에서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를 직접 목격하며 느꼈던 기묘한 동질감에서 시작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적 우상들이 자신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고민하는 존재라는 깨달음은,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가들의 만남이라는 독창적인 서사로 이어졌다.작가의 붓끝은 서양의 거장들을 넘어 한국의 전통 미학과 대중문화의 영역까지 거침없이 확장된다. 이번 신작에서는 여의도 한강공원 물가에 앉아 고뇌에 잠긴 반가사유상이나, 신윤복의 풍속화 속에서 튀어나와 머리를 감는 여인들의 모습이 현대적 풍경 속에 녹아든다. 민화 속 호랑이가 길고양이처럼 골목을 서성이고 비틀스와 디즈니 캐릭터가 일상 소품처럼 배치된 화면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는 도시를 관찰하며 그 안의 숨겨진 이야기를 포착하는 ‘산보자’로서의 작가적 시선이 투영된 결과물이다.권능 작가가 시장의 뜨거운 선택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감탄을 자아내는 정교한 재현력에 있다. 그는 고흐의 거친 임파스토 기법부터 모딜리아니의 가느다란 인물 묘사, 동양화 특유의 번짐 효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회화적 숙련도를 뽐낸다.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시대에 그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하며 남긴 시간의 흔적이야말로 회화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라고 믿는다. 캔버스 위에 압축된 작가의 노동과 시간은 디지털 이미지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감을 만들어내며 컬렉터들을 매료시킨다.이미 해외에서는 그의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수년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홍콩,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의 컬렉터들은 물론 미술관과 재단 등 전문 기관들이 앞다투어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홍콩에서의 완판 행진은 권능이라는 이름이 가진 시장 경쟁력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아뜰리에 아키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아트페어에서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국내 개인전 일정이 2년이나 미뤄졌을 만큼, 그는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바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이번 전시는 거창한 담론보다는 ‘지금 나는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가’라는 소박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작가는 특별함과 평범함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역설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곧 새로운 역사가 되는 무대임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8월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권능이 구축한 유쾌한 상상력이 우리 시대의 일상을 어떻게 위로하고 격려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