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예산 시대… AI 패권에 총력전

2026-07-13 22:16

 정부가 내년도 나라살림 규모를 올해보다 10% 이상 대폭 늘린 800조 원대로 확정하며 공격적인 재정 운용을 선언했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여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역대 최대인 5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늘어난 세수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이 현 정부의 철학을 온전히 담아내는 첫 번째 설계도임을 강조했다. 특히 AI 혁명으로 유입되는 유례없는 세수 증가분을 '미래대응기금'으로 전환하여 국가 대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세수 호황기를 틈타 재정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동시에, 인공지능 패권이 결정되는 결정적 시기에 실탄을 집중 투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50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한다. 저성과 사업에 대한 과감한 일몰제를 적용하고 재량지출과 의무지출을 가리지 않고 군살을 빼는 고강도 혁신이 추진된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AI 데이터센터 확충, 피지컬 AI 개발 등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에 최우선 배정된다. 기업의 투자 시간표에 맞춰 정부가 교통과 물류, 전력 등 인프라를 적기에 공급하는 전방위 지원 체계가 가동될 예정이다.

 

청년 세대를 위한 맞춤형 지원도 예산안의 주요 축을 담당한다. 정부는 AI 전환 시대에 발맞춰 20만 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에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주거와 자산 형성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시스템이 구축된다. 신유형 공공 임대주택 공급과 청년 전용 자산관리 계좌 출시 등을 통해 청년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복지 분야에서는 급변하는 노동 환경에 대응해 '사회 안전 매트' 개념이 도입된다. AI 기술 확산으로 생겨나는 비정형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보강하겠다는 취지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 쏠리지 않고 모든 국민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선다. 이는 경제 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포용적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재정 당국은 이번 예산안을 통해 2027년부터 국가채무와 관리재정수지를 뚜렷하게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2년을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골든타임으로 설정하고, 2028년 이후부터는 투자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는 로드맵이다. 정부는 성장의 가속화와 리스크 관리, 민생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AI 시대 회화의 힘, 권능이 캔버스에 압축한 시간

법한 이 기묘하고도 정겨운 풍경은 현재 서울 성동구 아뜰리에 아키에서 개인전 ‘일상의 계절학’을 열고 있는 권능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한다. 1990년생인 그는 역사적 거장들을 박제된 신화가 아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으로 재해석하며 아시아 미술 시장의 새로운 총아로 떠올랐다. 작가는 위대한 예술가들 역시 작업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친구들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일상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권능의 화면은 예술가의 작업실부터 아트페어 전시장, 한강공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공간들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 안에서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나 렘브란트의 자화상 속 주인공들은 현대인들 사이에 섞여 자연스럽게 전시를 관람하거나 산책을 즐긴다. 이러한 발상은 작가가 대학 시절 아트페어에서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를 직접 목격하며 느꼈던 기묘한 동질감에서 시작되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적 우상들이 자신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고민하는 존재라는 깨달음은,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가들의 만남이라는 독창적인 서사로 이어졌다.작가의 붓끝은 서양의 거장들을 넘어 한국의 전통 미학과 대중문화의 영역까지 거침없이 확장된다. 이번 신작에서는 여의도 한강공원 물가에 앉아 고뇌에 잠긴 반가사유상이나, 신윤복의 풍속화 속에서 튀어나와 머리를 감는 여인들의 모습이 현대적 풍경 속에 녹아든다. 민화 속 호랑이가 길고양이처럼 골목을 서성이고 비틀스와 디즈니 캐릭터가 일상 소품처럼 배치된 화면은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는 도시를 관찰하며 그 안의 숨겨진 이야기를 포착하는 ‘산보자’로서의 작가적 시선이 투영된 결과물이다.권능 작가가 시장의 뜨거운 선택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감탄을 자아내는 정교한 재현력에 있다. 그는 고흐의 거친 임파스토 기법부터 모딜리아니의 가느다란 인물 묘사, 동양화 특유의 번짐 효과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회화적 숙련도를 뽐낸다.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시대에 그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하며 남긴 시간의 흔적이야말로 회화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라고 믿는다. 캔버스 위에 압축된 작가의 노동과 시간은 디지털 이미지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감을 만들어내며 컬렉터들을 매료시킨다.이미 해외에서는 그의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수년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홍콩,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의 컬렉터들은 물론 미술관과 재단 등 전문 기관들이 앞다투어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홍콩에서의 완판 행진은 권능이라는 이름이 가진 시장 경쟁력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아뜰리에 아키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아트페어에서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국내 개인전 일정이 2년이나 미뤄졌을 만큼, 그는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바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이번 전시는 거창한 담론보다는 ‘지금 나는 어떤 일상을 살고 있는가’라는 소박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작가는 특별함과 평범함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역설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곧 새로운 역사가 되는 무대임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고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8월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권능이 구축한 유쾌한 상상력이 우리 시대의 일상을 어떻게 위로하고 격려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