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복귀한 이정후, 10홈런 고지 눈앞에 뒀다

2026-08-11 21:29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빅리그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홈런을 쏘아 올리며 개인 통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정후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 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시즌 9호 아치를 그려냈다.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8개의 홈런을 넘어서는 미국 무대 커리어 하이 기록이다. 하지만 이정후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은 경기 막판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정후의 타격 흐름은 다소 주춤한 상태였다. 최근 두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며 시즌 타율이 2할대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으나, 샌프란시스코 벤치는 그를 다시 리드오프로 배치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초반 두 타석에서 범타와 병살타로 물러나며 고전하던 이정후는 팀이 1대 1로 맞선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상대 선발 웨스네스키의 몸쪽 패스트볼을 정확히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리며 경기 분위기를 단숨에 가져왔다.

 


기세를 올린 이정후는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특유의 정교한 콘택트 능력을 뽐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한 손을 놓으며 밀어 쳐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일주일 만에 멀티히트를 완성한 그는 주루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추가 득점 기회를 창출하려 애썼다. 이 안타로 이정후는 하루 만에 타율을 다시 3할대로 끌어올리며 리그 정상급 교타자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마운드는 이정후가 벌어다 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 3대 2로 앞선 9회초,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단 하나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의 폭투와 적시타가 겹치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경기를 연장 승부치기로 끌고 갔으나, 10회초 수비에서 대거 3실점하며 무너졌다. 이정후는 10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역전의 희망을 살리려 했으나 유격수 땅볼에 그치며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이번 홈런으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달성에 단 한 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시즌 초반 교타자 이미지에 국한됐던 것과 달리, 시즌이 거듭될수록 오라클 파크의 높은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까지 갖췄음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타구 속도 105.6마일에 달하는 강한 타구를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그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이정후 개인에게는 슬럼프 탈출과 기록 경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하루였다. 3할 타율 복귀와 함께 OPS 등 세부 지표에서도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즌 막판 스퍼트를 예고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연패 탈출을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리드오프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이정후의 방망이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예술은 당신 마음속에\" 故 우순옥 첫 회고전

작가의 첫 회고전인 ‘우순옥_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기 드로잉부터 2023년 작고 직전까지의 회화, 설치, 영상 등 대표작들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평범한 일상의 사물에 숨을 불어넣어 존재의 본질을 물었던 작가의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다.우순옥의 작품 세계에서 사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는 통로였다. 그는 연필과 파스텔 같은 전통적인 재료는 물론, 녹슨 철판이나 오래된 책상, 식물, 심지어 연기처럼 실체가 모호한 요소들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거장 귄터 우커를 사사한 그는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의 손을 거친 사물들은 각자가 지닌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성찰의 시간을 제안한다.작가는 뒤샹이 일상의 물건을 미술관으로 옮겨 예술의 정의를 물었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시간의 흔적이 밴 사물들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순옥의 공간에서 생성과 소멸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비어 있는 공간은 오히려 그곳에 머물렀던 존재의 흔적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며, 보이는 사물은 보이지 않는 기억의 세계를 소환한다. 이러한 태도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각적 자극 너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전시의 제목인 ‘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작가가 평생 견지해온 예술관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그는 예술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나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일상의 평범한 경험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마음속에서 예술의 실체를 발견하려 했다. 이번 회고전은 정보와 이미지가 과잉된 현대 사회에서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침묵과 비움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우순옥은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1995년부터 2022년 정년퇴임까지 이화여대 서양화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시는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과 작가의 동생인 우수경이 공동 기획했으며, 김홍석과 홍승혜 등 동료 작가들이 자문에 참여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작가가 생전에 강조했던 '무위(無爲)'의 정신이 전시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관람객들에게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이미지와 소음이 쉼 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우순옥의 전시는 우리에게 멈춤을 권한다. 무엇인가를 더 보여주거나 설명하기보다, 비어 있는 자리에 머물며 스스로 감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그의 작품에는 있다. 40여 년간 작가가 묵묵히 걸어온 예술의 길은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여정이다. 성곡미술관 전관을 채운 그의 유작들은 작가는 떠났어도 그가 남긴 질문과 기억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