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셔틀 중단, 한강버스 야간관광에 올인

2026-08-12 22:25

 서울시가 한강의 수변 관광 활성화와 시민 편의를 위해 오는 15일부터 한강버스의 운항 횟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특히 노을이 지는 시간대와 야경을 감상하려는 수요가 몰리는 점을 고려해 주간과 야간에 걸쳐 총 8회의 운항을 추가한다. 이번 결정은 한강을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서울의 대표적인 야간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는 시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세부 운항 계획을 살펴보면 퇴근 시간 이후의 야간 노선 보강이 눈에 띈다. 잠실에서 출발해 여의도로 향하는 노선은 오후 6시 50분과 7시 20분에 각각 배편을 추가했으며, 여의도에서 마곡으로 가는 노선도 오후 8시 이후 두 차례 더 운항한다. 낮 시간대에도 마곡과 여의도, 잠실을 잇는 구간에 증편이 이뤄져 시민들이 한강의 풍광을 더 자주 즐길 수 있게 됐다.

 


운항 횟수는 늘어나는 반면, 선착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되던 무료 셔틀버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마곡과 잠실, 압구정 선착장을 인근 지하철역과 연결하던 셔틀버스는 이달을 끝으로 모든 운행을 종료했다. 운영사인 한강버스는 이용객 저조와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버스 업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으며, 향후 재개 계획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셔틀버스 폐지의 결정적 배경에는 심각한 이용률 저조와 예산 낭비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서울시의회에서는 매달 4,6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고정 비용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명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해 왔다. 지난 4월에는 관련 지원 근거를 담은 업무협약 변경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운영사 측은 셔틀버스 중단에 따른 시민 불편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주요 선착장 인근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잘 갖춰져 있어 대체 수단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과도한 예산을 쏟기보다는, 실제 이용객이 많은 운항 시간대를 늘리는 것이 전체적인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번 운항 확대를 통해 한강 주변 상권의 소비 진작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야간 관광객이 늘어나면 선착장 인근의 식당과 카페 등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계산이다. 시는 앞으로도 이용객들의 탑승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해 한강버스가 시민들의 일상 속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선을 최적화해 나갈 방침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예술은 당신 마음속에\" 故 우순옥 첫 회고전

작가의 첫 회고전인 ‘우순옥_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기 드로잉부터 2023년 작고 직전까지의 회화, 설치, 영상 등 대표작들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평범한 일상의 사물에 숨을 불어넣어 존재의 본질을 물었던 작가의 궤적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다.우순옥의 작품 세계에서 사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의 실존을 드러내는 통로였다. 그는 연필과 파스텔 같은 전통적인 재료는 물론, 녹슨 철판이나 오래된 책상, 식물, 심지어 연기처럼 실체가 모호한 요소들까지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거장 귄터 우커를 사사한 그는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그의 손을 거친 사물들은 각자가 지닌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성찰의 시간을 제안한다.작가는 뒤샹이 일상의 물건을 미술관으로 옮겨 예술의 정의를 물었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시간의 흔적이 밴 사물들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순옥의 공간에서 생성과 소멸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비어 있는 공간은 오히려 그곳에 머물렀던 존재의 흔적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며, 보이는 사물은 보이지 않는 기억의 세계를 소환한다. 이러한 태도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각적 자극 너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전시의 제목인 ‘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작가가 평생 견지해온 예술관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그는 예술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이나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대신 일상의 평범한 경험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마음속에서 예술의 실체를 발견하려 했다. 이번 회고전은 정보와 이미지가 과잉된 현대 사회에서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침묵과 비움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우순옥은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깊은 족적을 남겼다. 1995년부터 2022년 정년퇴임까지 이화여대 서양화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전시는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과 작가의 동생인 우수경이 공동 기획했으며, 김홍석과 홍승혜 등 동료 작가들이 자문에 참여해 전시의 깊이를 더했다. 작가가 생전에 강조했던 '무위(無爲)'의 정신이 전시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관람객들에게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이미지와 소음이 쉼 없이 쏟아지는 시대에 우순옥의 전시는 우리에게 멈춤을 권한다. 무엇인가를 더 보여주거나 설명하기보다, 비어 있는 자리에 머물며 스스로 감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그의 작품에는 있다. 40여 년간 작가가 묵묵히 걸어온 예술의 길은 결국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여정이다. 성곡미술관 전관을 채운 그의 유작들은 작가는 떠났어도 그가 남긴 질문과 기억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