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도 없는 '이재명 생가'에 3억 세금? 안동시의 수상한 '대통령 사랑'

2025-10-20 11:37

 경북 안동에 위치한 이재명 대통령의 생가터가 지자체 예산 3억 원 이상을 투입하여 관광지로 조성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금 낭비 및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안동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안동시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만 총 3억 3,700만 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되어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번 사업의 세부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논란의 여지가 더욱 명확해진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 생가터는 과거 집터조차 남아있지 않은 작은 밭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시는 이러한 생가터 주변 부지를 임차하여 방문객 쉼터와 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환경 정비에만 8,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 방문객 편의를 위한 화장실 설치와 이에 필요한 세천 정비 사업에는 무려 2억 2,000만 원이 배정되었으며, 방범용 CCTV 설치에도 1,500만 원이 사용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콘텐츠 기획 용역'에 2,200만 원이 지출되었다는 점이다. 안동시는 이 대통령 생가터를 단순히 기념하는 공간을 넘어, 역사·문화적으로 복원하고 체험·교육·소통 중심의 종합 문화공간으로 개발하여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집터조차 사라진 공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역사·문화적 복원'을 시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실과의 소통 내용 또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안동시는 지난 7월 대통령실에 공문을 보내 포토존 설치를 위한 이 대통령 공식 사진 자료와 설치 동의를 요청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달 초 유선상으로 "대통령실 홈페이지 사진을 사용하고, 시가 자체 판단해 사업을 시행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안동시의 사업이며, 대통령실은 어느 것도 협조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지자체가 현직 대통령의 생가터를 조성하며 대통령실에 공식 자료를 요청한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거리두기'는 자칫 지자체의 과도한 충성 경쟁을 부추기거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논란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 생가터 조성 사업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 생가 복원 사업 사례와 비교되며 더욱 큰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2017년 5월, 경남 거제시는 갓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가 복원 사업 계획을 밝혀 대대적인 비판을 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결국 사업은 보류되었다. 그러나 거제시는 최근 총사업비 12억 6,200만 원 규모로 복원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하여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역대 대통령들의 생가터 조성 사업은 매번 '세금 낭비'와 '정치적 이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정 인물의 생가터를 관광 자원화하는 것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생가터에 대한 사업은 그 파급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안동시의 이재명 대통령 생가터 조성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3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앞으로도 추가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러한 사업이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고 투명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그리고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적인 지역 문화 자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자체는 사업의 필요성과 예산 집행의 투명성에 대해 더욱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미래 예측서 vs 노벨상 문학…2025년 가을, 서점가를 양분한 두 개의 거대한 흐름

9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된 이 책의 독주는 10월 둘째 주까지 이어지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권의 책이 잘 팔리는 현상을 넘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과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방증하는 사회적 신호로 읽힌다. 여기에 내년 경제 지형도를 예측하는 '머니 트렌드 2026'마저 종합 5위를 차지하며, 서점가는 그야말로 미래를 읽으려는 독자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가올 변화의 파고를 넘기 위한 생존 지침서를 찾아 서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현실적인 트렌드 서적의 강세 속에서, 문학계의 가장 큰 축제인 노벨상의 후광 효과 또한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헝가리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는 수상 소식과 함께 교보문고 온라인 판매에서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오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일부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작가의 이름과 작품이, 노벨상이라는 단 하나의 계기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며 단숨에 '필독서'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이는 권위 있는 상이 독서 시장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다.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사탄탱고'의 이 같은 열풍이 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외국 소설 부문에서는 11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지켰지만, 온라인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성적이다.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실제 독자의 손에 책이 배송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되는데, '사탄탱고'는 갑작스러운 주문 폭주로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독자들의 예약 주문만 쌓여갈 뿐, 실제 판매량으로 집계되지 못하는 '유령 베스트셀러'가 된 셈이다. 순위표 뒤에 가려진 이 품절 대란이야말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신드롬의 실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결국 2025년 가을의 서점가는 미래를 대비하려는 현실적인 욕망과 순수 문학을 향한 지적 호기심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독서 열풍이 공존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다가올 2026년의 소비 경향과 경제 흐름을 읽기 위해 '트렌드 코리아'를 펼쳐 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헝가리 작가의 난해한 작품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이처럼 실용과 교양, 생존과 사유 사이를 오가는 독자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복합적인 단면을 제시하며, 출판 시장의 흥미로운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