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떠난 강이슬의 진심,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 커"

2026-05-08 17:33

 여자프로농구의 지형도를 바꿀 역대급 이적이 성사되었다. 아산 우리은행은 8일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과 4년간 연간 총액 4억 2,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리그 최고의 3점 슈터로 군림해온 강이슬의 합류로 우리은행은 단숨에 차기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부상했다. 구단 측은 이번 영입이 팀의 외곽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전술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력 강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이슬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요인은 우리은행이 보여준 집요할 정도의 정성이었다. FA 협상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5월 1일 자정,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강이슬의 집 앞을 직접 찾아가 기다리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강이슬은 인터뷰를 통해 전화나 문자가 아닌 직접적인 방문에 큰 감동을 받았으며, 자신을 이토록 간절하게 원하는 구단의 진심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털어놓았다. 밤 12시에 '납치당했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구단의 적극적인 구애는 선수의 결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전주원 감독의 비전도 이적의 핵심 열쇠였다. 전 감독은 강이슬에게 현재의 기량에 안주하지 않고 농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잘하는 부분은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부족한 점은 함께 채워나가자는 감독의 진정성 있는 제안은, 서른 줄에 접어든 베테랑 슈터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제공했다. 강이슬은 전주원 감독의 첫 시즌을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스승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였다.

 

우리은행 내에 포진한 두터운 인맥 또한 강이슬의 적응을 도울 든든한 버팀목이다. 국가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절친 김단비를 비롯해 과거 하나은행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강계리, 심성영 등 친한 동료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단비는 이적 소식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라"는 뼈 있는 조언으로 환영 인사를 대신했고, 강계리는 함께 뛸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들과의 재회는 강이슬이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녹아드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5년 전 첫 번째 FA 당시와 비교해 강이슬의 태도는 한층 단단해졌다. 과거 KB스타즈로 이적할 때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함이 앞섰다면, 이제는 두 번의 우승 반지와 MVP급 활약을 바탕으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이번 이적이 단순히 팀을 옮기는 것을 넘어 자신의 농구 철학을 완성하기 위한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KB스타즈에서의 만족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한 갈증이 그녀를 아산으로 이끌었다.

 

정들었던 청주를 떠나는 아쉬움은 팬들에 대한 진심 어린 인사로 대신했다. 강이슬은 5년 동안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KB스타즈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김완수 감독과의 이별에 울컥했던 심경을 고백했다. 비록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그녀는 이제 우리은행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세 번째 우승 반지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복제 불가능한 감각의 성지, 미술관 오픈런의 본질

이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시간과 감각을 통제하려는 '주체성'에 대한 요구다. 스마트폰의 알림과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수동적 콘텐츠에 지친 현대인들은, 스스로 경로를 결정하고 멈춤의 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 주도적 행위에서 진정한 자유를 발견한다. 러닝이 건강을 넘어선 철학적 행위가 된 것처럼, 미술관 방문 역시 알고리즘이 침투하지 못한 성역을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미술관이라는 공간은 건축적 장치를 통해 관람객에게 시간의 주권을 돌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은 본관에 이르기까지 700미터의 긴 동선을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이 강제로 속도를 늦추고 걷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만든다. 빛과 돌, 물이 어우러진 이 여정에서 걷는 속도는 곧 작품에 대한 해석의 속도가 된다. 인위적인 강요가 아닌 공간의 흐름에 몸을 맡길 때, 사람들은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써 내려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자연광을 극대화한 알바루 시자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멈춤의 미학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인공 조명을 배제한 백색의 곡면 안에서 빛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반드시 걸음을 멈춰야 하며, 이 순간 관람객은 시간의 주인이 된다. 방문하는 시각과 날씨에 따라 매번 다른 빛의 층위를 마주하게 되는 이 가변적 경험은 디지털로 복제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다. 건축이 작가의 예술 세계를 공간 언어로 번역하는 환기미술관이나 장욱진미술관 역시 관람객을 능동적인 독자로 변모시키는 힘을 발휘한다.때로는 건축이 스스로를 지우고 배경으로 물러날 때 관람객의 주체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묵직한 석재 매스와 격자형 천창은 유물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관람객에게 광활한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다. 화려한 장식을 걷어낸 빈 공간은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며, 건물이 전면에 나서지 않기에 가능한 자유로운 사유가 허용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마당과 골목 구조를 통해 도심 속으로 열려 있는 방식 또한 전시 관람 여부와 상관없이 시민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머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시각 중심의 감각 체계를 뒤흔드는 시도 역시 주체성 회복의 중요한 열쇠다. 구마 겐고가 설계한 오디움은 소리를 담는 건축으로서 청각과 후각을 먼저 깨운다. 알루미늄 파이프 숲을 지나 편백 향이 가득한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시각에만 의존해온 자신의 감각 위계를 자각하게 된다. 낯선 감각의 자극은 스스로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또렷하게 의식하게 만들며, 이러한 의식의 확장은 곧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내면의 기준을 세우는 주체적 경험으로 이어진다.이러한 오프라인의 경험들은 결코 디지털 화면으로 복사되거나 대리될 수 없는 불가역성을 지닌다. 발바닥에 닿는 바닥재의 질감, 전시실 사이의 미묘한 온도 차이,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의 온도는 반드시 현장에 몸이 존재해야만 느낄 수 있는 물리적 실체다. 정보가 스크린 너머로 치환되어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운동화 끈을 묶거나 미술관 계단을 오르는 작은 선택들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감각의 지표가 된다. 현대인들은 이처럼 재생 불가능한 순간들을 직접 통과하며 매일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