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회담, 자동차 관세 '반토막', 핵잠수함 '전격 허용'

2025-10-30 09:22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하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와 핵추진 잠수함 개발 논의 진전은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메가딜'로 평가받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회담의 핵심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 패키지이다. 이 중 2,000억 달러는 미국에 대한 현금 투자로,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을 두어 한국 외환시장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는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전액 선불' 조건을 피하며 한국의 협상력을 보여준 대목이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는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 인하이다. 현재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15%로 대폭 낮아져, 한국의 대미 수출 기업들이 숨통을 트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되며, 반도체 관세는 대만 등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조정된다. 항공기 부품, 제네릭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가 적용되는 파격적인 조건도 포함되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번 현금 투자가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상업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며,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 이익으로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통화스와프는 이번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안보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요청했던 핵추진 잠수함 능력의 필요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감하며 후속 논의를 약속했다. 이는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에 대응하는 한국의 해군력 강화에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또한,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을 금지하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도 양국 간 기초적인 양해가 이뤄졌으며,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방향으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87분간 진행된 이번 회담은 지난 8월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에 이뤄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다시 초청하며 굳건한 한미 동맹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국은 조만간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와 최종 MOU 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원조 다 모였는데 주인공은 처음 보는 얼굴?…'국민 도적' 홍길동의 파격 세대교체

이의 신화'를 썼던 연출 손진책, 작곡 박범훈, 안무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등 원조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홍길동이 온다'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의 설움이라는 고전 서사를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 사회적 단절, 그리고 만연한 불평등 문제와 정면으로 교차시킨다. 1993년 초연 당시 부패한 권력과 위선을 통렬하게 꼬집었던 파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칼끝이 향하는 방향을 동시대의 모순으로 옮겨와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이번 공연의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주인공 홍길동을 당대 최고의 여성 소리꾼들이 연기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원조 홍길동'으로 전설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김성녀의 뒤를 이어,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가 더블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의 K-히어로를 선보인다. 이는 정형화된 남성 영웅 서사를 탈피하는 신선한 시도이자, 두 소리꾼의 섬세하면서도 호쾌한 에너지가 지금 시대가 마주한 답답함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원조' 김성녀 연희감독은 "강직한 리더십의 이소연표 홍길동과 자유롭고 당찬 김율희표 홍길동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내, 세대교체를 통해 더욱 풍성해질 홍길동의 새로운 모습를 예고했다.2025년의 홍길동은 혼자가 아니다. 원작에는 없던 여성 활빈당원 '삼충'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극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고, 30여 년간 국립창극단을 지킨 김학용을 비롯한 실력파 배우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마당놀이의 전통적인 틀을 넘어선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공중을 나는 플라잉 액션, 관객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술, 아크로바틱과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까지, 50여 명의 출연진이 쉴 틈 없이 무대를 누비며 홍길동의 신묘한 활약상을 역동적으로 구현한다. 여기에 작곡가 김성국이 새롭게 합류하여 기존 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 세련된 음악은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다.이 모든 새로움 속에서도 마당놀이의 핵심인 '신명과 소통'의 가치는 변치 않는다. 공연 시작 전 엿을 나누어 먹는 소박한 정부터, 돼지머리에 복돈을 꽂으며 새해의 안녕을 비는 고사, 공연 내내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추임새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뒤풀이 춤판까지, '홍길동이 온다'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완성하는 축제의 장을 펼친다. 웃음과 해학으로 묵은해의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내고,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주는 한국형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으로서, 연말연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웃음과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