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내고 성능은 하락?" IT 업계 덮친 '슈링크플레이션' 비상

2026-05-07 22:42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으면서 전자기기 제조사들이 극단적인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가 상승 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가격 인상과 동시에 핵심 부품의 성능을 낮추는 이른바 'IT판 슈링크플레이션'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전작보다 못한 성능의 기기를 손에 넣어야 하는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성능 하향 수치가 제시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구글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인 픽셀11 프로 폴드는 멀티태스킹의 핵심인 램 용량을 전작 대비 4GB나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 역시 최신 폴더블폰의 가격을 100달러 인상하면서도 저장 공간은 오히려 절반으로 축소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제조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동시에 내부 부품 비용까지 절감하려는 이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특정 업체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조립형 노트북으로 유명한 프레임워크는 부품 단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최신 모델의 가격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 게임 콘솔 시장의 강자인 소니 역시 플레이스테이션5 슬림의 저장 용량을 줄이며 원가 절감 대열에 합류했다. 중소 규모의 레트로 게임기 업체들까지 줄줄이 사양 하향을 발표하며 저가형 시장마저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PC 부품 시장에서는 아예 성능을 반토막 낸 변종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만의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인 애즈락은 메모리 업체들과 손잡고 기존 DDR5의 절반 수준 대역폭만 제공하는 저가형 메모리 보급에 나섰다. 이는 고성능을 지향하던 PC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치솟는 부품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보급형 P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받는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애플조차 공급망 위기 앞에서는 실용적인 노선을 택했다. 애플은 최근 저렴한 가격대에 포진했던 맥 미니 기본 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고, 진입 가격대를 대폭 높인 고용량 모델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가 직접 칩 공급 부족 문제를 언급할 만큼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메모리 업계는 차세대 규격인 DDR6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 보급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공급사들이 공정 전환과 수율 확보에 집중하는 동안 램 가격의 하락 요인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들은 고성능 메모리 기술이 대중화되는 2028년 전까지 기기 가격 상승과 사양 저하라는 이중고를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한국 작가 요이 '본전시' 우뚝

s)'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주류 미술계의 변두리에 머물렀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전시장 입구 수로 위로 떠오른 앨리스 마허의 붉은 두상 조각들은 가부장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들의 해방을 상징하며 이번 전시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음악에서 슬픔과 섬세함을 상징하는 '단조'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번 비엔날레는 거대 담론에 가려졌던 개별적 정체성들에 주목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엔날레 131년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총감독인 코요 쿠오가 기획을 맡았다는 점이다. 비록 쿠오 감독은 전시 개막 전 지병으로 별세했으나, 그가 남긴 유지는 전시장 곳곳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본전시에 참여한 111팀의 작가 중 아프리카 출신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0%에 달하며, 전시장 초입부터 노예제도의 비극과 아프리카의 정신문화를 다룬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는 서구 중심의 미술사 기술에서 벗어나 인류사의 어두운 이면을 응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아프리카와 더불어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이들 지역 작가의 비중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5%를 기록하며 미술계의 지각변동을 증명했다. 반면 동아시아 작가들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는데, 한국 국적 작가로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요이(류용은)가 유일하게 본전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요이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로 소수자의 정체성을 풀어내며 전 세계 큐레이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한국계 예술가들의 활약은 본전시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재미교포 작가 마이클 주는 금속 구조물과 모빌을 결합한 대형 설치 작품을 통해 문명과 자연의 위태로운 균형을 시각화하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갈라 포라스-김은 본전시관 옆 응용예술관을 단독으로 배정받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과의 협업 전시를 선보였다. 유물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재해석하는 그녀의 작업은 박물관의 보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전시의 구성 면에서는 현대미술의 주류로 자리 잡은 영상과 미디어 아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관람객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감독은 참여 작가 수를 지난 행사의 3분의 1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의 휴게 공간을 배치해 관람객들이 긴 호흡의 영상 작품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러한 세심한 동선 설계는 작가 개개인의 서사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현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주제의 반복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존재한다. 최근 몇 차례의 비엔날레가 여성과 이민자 등 소수자 담론을 연속적으로 다루면서 메시지가 다소 정형화되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를 전시 입구에 배치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쿠오 감독의 부재 속에 치러진 이번 비엔날레는 소수자 예술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국제 미술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과제를 남긴 채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