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에 열광하는 사회…무너진 교권이 부른 '참교육'
2026-07-14 18:37
대중문화 콘텐츠인 드라마 '참교육'이 현실 세계의 교육 및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투영하는 거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서이초 교사 순직 3주기를 앞두고 관련 토론회를 열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교권 침해와 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드라마 속 가상 기관이 행하는 강력한 응징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은,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로 몰리는 현실과 악성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된 교사들의 고립감이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토론회 참석자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이른바 '교권 5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교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중대한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처벌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가 교육자가 아닌 민원 처리반이나 감정 노동자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며,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외부 전문 기관으로 완전히 이관해야 한다는 제안도 구체화되고 있다.

교육계 내부의 여론은 제도 개선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교원 단체의 설문 조사 결과, 현직 교사의 96% 이상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했으며 90%에 가까운 인원이 중대 교권 침해의 학생부 기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교실 내 안전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온정주의적 접근보다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책임 추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현장의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물리적 폭행을 경험한 교사가 30%에 달한다는 통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정치권은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법안 개정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드라마 '참교육'이 던진 메시지를 단순한 오락으로 치부하지 않고, 무너진 공교육의 권위를 세우고 학생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서이초 3주기를 기점으로 교권 보호와 소년법 개정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 도출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교육 현장의 요구가 실제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유미의 세포들’은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연애와 이별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내면의 목소리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냈다. 티파니 영과 김예원이 주인공 유미 역을 맡아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작품은 유미의 외부 사건보다는 그를 움직이는 세포들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며 관객들을 내밀한 심리의 세계로 초대한다.이번 창작 초연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견습 세포 ‘109’의 등장이다. 최재림과 정택운이 연기하는 109는 이름도 역할도 부여받지 못한 채 세포 마을을 배회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물이다. 프라임 세포인 ‘사랑’을 동경하면서도 늘 주변부에 머무는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투영한다. 109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유미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성장 서사와 궤를 같이한다.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연애의 기술이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에 닿아 있다. 양정웅 연출은 세포들의 세계를 먼저 구축한 뒤 그곳에 유미를 초대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만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각자의 안에는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위로의 메시지는 소외감을 느끼는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음악은 이러한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너라는 이름의 이야기’, ‘마이너 마이너 마이너’ 등 총 25곡의 넘버는 따뜻한 선율 속에 자기 긍정의 철학을 담아냈다. 특히 ‘우주’나 ‘별’과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외로운 존재들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동시에 ‘응큼파티’나 ‘우선순위 쇼’와 같은 재치 있는 쇼 넘버들은 강렬한 리듬과 군무를 통해 극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 의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세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앙상블은 극의 생명력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명탐정, 패션, 응큼, 감성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포들은 서로 다른 말투와 움직임으로 유미의 복잡한 내면을 시각화한다. 개별 캐릭터의 활약보다 이들이 함께 노래하고 움직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무대를 꽉 채우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무대 좌우의 프레임을 활용한 ‘무대 속 무대’ 구성은 웹툰의 칸 만화 형식을 연극적으로 재해석하여 원작 팬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비록 대극장 규모에 비해 영상 의존도가 높고 무대 장치가 단출하다는 일부 아쉬움은 있으나, 촘촘한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이 그 빈틈을 충분히 메운다. 작품은 이름 없는 세포 109의 입을 빌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존재일지라도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자기 안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이 다정한 뮤지컬은 오는 8월 23일까지 관객들과 만나며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주인공임을 다시금 일깨워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