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역사적 3700선 돌파하며 '불장' 정점

2025-10-16 11:56

 16일 국내 증시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가 개장과 동시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거침없는 랠리를 이어갔다. 지수는 장중 상승폭을 더욱 확대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3700선 고지를 밟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이는 전날 기록했던 장중 사상 최고치인 3659.91포인트를 단 하루 만에 갈아치우는 놀라운 상승세로,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날 오전 9시 2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92포인트, 즉 1.06% 상승한 3696.2에 거래된다. 지수는 전날보다 18.54포인트(0.51%) 오른 3675.82로 출발한 이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오름폭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갔다. 특히 개장 직후 한때 지수는 3700.28포인트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1015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의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한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510억원, 기관 투자자는 449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수급 상황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주요 대형주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0.84% 상승한 9만5800원에 거래되며 또다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장중에는 한때 9만6900원까지 치솟아 '십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1%대의 견조한 오름세를 기록하며 시장 전반의 상승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한·미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8%와 6%대의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이며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와 대조적으로 코스닥 지수는 같은 시각 0.68포인트(0.08%) 하락한 864.04포인트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128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하려 했으나, 외국인 투자자가 1209억원, 기관 투자자가 39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하락 압력을 가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각각 4%와 2%대의 강세를 보이며 선전했지만, 알테오젠은 1%대의 약세를 기록하며 혼조세를 연출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1.3원으로 보합세로 개장하여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코스피의 역사적인 3700선 돌파와 함께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 그리고 긍정적인 대외 변수들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는 당분간 '불장'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광복 80주년 맞아 드디어 공개…간송의 수장고에 79년간 잠들어 있던 '이 그림'

나라를 지킨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신념을 실천한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다. 간송미술관이 가을을 맞아 여는 기획전 '보화비장(寶華秘藏)'은 바로 그 시절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보배로운 빛을 비밀리에 감춘다'는 전시의 제목처럼, 이는 단순한 수집품 전시를 넘어선다.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숨겨야만 했던' 시대의 미학과 저항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자리다. 당시 수장가들 사이에서 '진장(眞藏)'이라고도 불렸던 '비장'은 귀한 소장품 중에서도 특별히 감춰야 할 보물을 의미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숨겨진 보물들의 이야기이자, 간송 컬렉션의 뿌리가 된 근대 수장가 7인의 혜안과 시대정신을 조명한다.오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성북구 보화각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간송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간송 컬렉션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7인의 근대 수장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다.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석정 안종원, 송우 김재수 같은 우리 수장가들은 물론,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함께 관통하며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인물들의 대표 소장품 26건 40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중에는 국보 4건과 보물 4건이 포함되어 있어 그 무게감을 더한다. 2층 전시실에서는 운미 민영익, 위창 오세창, 석정 안종원의 컬렉션을, 1층에서는 송우 김재수,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그리고 존 갯즈비의 컬렉션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이는 2026년 간송 탄생 120주년 특별전의 서막을 여는 전시이기도 하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가 수집했던 고려청자 컬렉션이다. 국보로 지정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을 포함해 총 9건의 작품이 출품되는데, 그 가치만 현재 시가로 약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유물들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1937년, 간송 전형필이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이 보물들을 현지에서 직접 되찾아왔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아온 문화 독립운동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와 함께 조선의 마지막 내관이자 수장가였던 송은 이병직이 소장했던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글씨, '대팽고회(大烹高會)' 예서 대련(보물)도 함께 공개되어, 시대를 관통한 예술가와 수장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전시의 문을 여는 작품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심산 노수현의 1946년 작 '무궁화'가 바로 그것이다. 화가가 직접 간송에게 선물한 이 그림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의 후렴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문화보국의 신념,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광복의 기쁨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결국 간송 컬렉션은 한 천재 수집가의 안목을 넘어, 동시대 수장가들이 함께 쌓아 올린 근대의 시선과 기록이며,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이룩한 위대한 문화사 그 자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