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타투' 합법화 눈앞…김도윤 지회장 "2년 면소보다 정의가 우선"

2025-10-31 17:02

 서울북부지법 302호 법정에서 31일 오전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이 최후진술서를 담담하게 읽었다. 그는 10년 전 타투 의뢰 손님에게 법 위반을 빌미로 돈을 갈취당한 동료를 잃은 아픈 기억을 먼저 꺼냈다. 김 지회장은 "많은 동료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고 매년 몇몇은 스스로 삶을 내려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법부의 정의롭고 상식적인 판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강영훈)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회장에 대한 선고 전 마지막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2019년 자신의 작업실에서 한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되어 2021년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곧장 항소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구형을 유지해달라"며 다시 한번 벌금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문신 시술은 대법원이 1992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이래 의료법상 불법 행위로 규정되어 왔다. 이로 인해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손님에게 협박이나 성폭력을 당하고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속으로만 앓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문신이 일상적인 자기표현이나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시대에 뒤처진 법으로 인한 부조리가 계속된 것이다. 김 지회장이 문신사법 제정 운동을 주도하고 첫 기소부터 6년 가까이 법정 싸움을 이어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비의료인의 문신 작업이 불법이라는 현행법에 맞서 현실적인 법 제정을 촉구하며 오랜 시간 투쟁해왔다.

 


문신사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김 지회장 측은 2023년 항소심 재판의 중단을 요청했고, 중단됐던 재판은 지난달 19일 2년 반 만에 재개됐다. 당시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문신사법이 곧 국회를 통과할 수 있으니 이런 흐름을 판결에 반영해 달라"고 주장하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았는데 입법이 되겠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엿새 뒤인 지난달 25일, 문신사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법과 현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비의료인의 문신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새 법의 핵심이다. 이 문신사법은 2년 뒤인 2027년 10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 지회장은 2020년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에 타투유니온지회를 설립하고 문신사법 제정을 주도해왔다. 그를 대리하는 곽예람 변호사는 이날 변론에서 "피고인은 저명한 타투이스트로 합법화와 여러 제도 안착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며 "만약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해석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에 비춰봤을 때 사회적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신사법이 시행되는) 2년을 기다리면 면소될 수 있다는 조언도 많이 듣고 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시작한 재판은 아니었다. 결론을 정의롭게 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김 지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12월 19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곽 변호사는 "만약 원하지 않는 판단이 나온다 하더라도 3심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끝까지 다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차가운 새벽 바다, 뜨거운 예술로… 서진은 작가, 제주를 담다

앞바다에서 경험한 깊은 어둠과 거친 자연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운 새벽녘의 어둠과 강한 바람, 파도의 울림 속에서 마주한 바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이는 그의 작업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전시는 제주 바다의 심연이 가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작가가 발견한 내면의 이야기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낸다.전시의 중심이 되는 '나는 바다이고' 시리즈는 한밤중 심연의 깊고 푸른색을 특징으로 한다. 깊은 어둠 속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미세한 빛, 그리고 새벽이 밝아오며 하나의 거대한 수평선으로 갈라지는 풍경은 자연의 숭고함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대표는 서진은 작가의 푸른색이 "거친 바닷바람과 마주한 제주살이 한 달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하며, 작가가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아지는 시간, 적막한 어둠 속에서 깊은 침묵과 검푸른 빛을 통해 바다와 하나 되고자 했던 순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또한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된 '나는 바다이고' 작품은 나와 바다가 하나가 된 정화(catharsis)의 순간을 역설적으로 아주 고요하게 드러낸다"고 덧붙였다.이번 전시에서는 '나는 바다이고' 시리즈와 함께 '돌(The Stone)'과 '폴라_고산63-7' 작품도 선보인다. '돌'은 7겹의 투명 필름을 설치하여 서로 다른 돌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작은 돌멩이들이 품고 있을 어마어마한 시간과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단단함에서 품어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제주의 돌이 가진 블랙홀 같은 마력에 매료되었음을 전했다. '폴라_고산63-7'은 폴라로이드 사진 위에 크레용이나 물감으로 채색한 작품으로, 작가의 작업실 주소를 제목으로 하여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과 환경을 반영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평범한 일상의 것들에서 시작된다"고 밝히며, 소소한 일상 관찰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서진은 사진전 '나는 바다이고'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계속되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기간 중인 11월 8일 오후 3시에는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어 관람객들이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을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053-651-6958로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제주 자연의 숭고함과 작가의 내면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며, 관람객들에게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