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라더니…런던베이글뮤지엄, 유족과 ‘오해 풀었다’ 극적 합의

2025-11-03 18:00

 ‘런던베이글뮤지엄’(이하 런베뮤)에서 발생한 20대 직원의 갑작스러운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회사와 유족 간의 합의로 일단락되었다. 사건 초기, 장시간 근무와 과도한 업무 부담이 사망 원인이라는 동료들의 증언이 쏟아지며 ‘과로사’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양측은 깊어진 오해를 풀고 극적인 화해에 이르렀다고 법무법인 더보상이 밝혔다. 초기 협상 과정에서는 대리인을 통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갈등의 골이 깊어졌으나, 이후 회사와 유족이 직접 소통 창구를 열고 끈질긴 대화를 이어가면서 입장 차이를 좁히고 상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회사 측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특히 논란의 중심이었던 근태기록 조작 의혹에 대해, 지문인식기 등을 이용한 어떠한 은폐나 조작 행위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승진 및 지점 이동 과정에서 단기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며 유족 측의 오해를 불식시켰다. 유족 측 역시 가산임금 및 휴게시간 등 근로 여건에 대한 오해를 해소했으며, 회사가 유족의 요청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 청구에 필요한 증거 자료를 이미 지난 7월에 모두 제출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회사가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관계 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확인되는 책임은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회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반적인 근무 환경과 안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인의 부모는 아들의 비극적인 죽음이 더 이상 세간에 오르내리며 회자되기를 원치 않아, 회사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를 받아들이고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고인의 명예를 지키고 조용히 애도하고자 하는 유족의 깊은 뜻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비록 회사와 유족 간의 합의는 이루어졌지만,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런베뮤 인천점과 서울 종로 본사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하여 현재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유족과의 합의와는 별개로, 당국의 조사를 통해 과로와 부당한 노동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 규명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많은 인기를 누리는 프랜차이즈의 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차가운 새벽 바다, 뜨거운 예술로… 서진은 작가, 제주를 담다

앞바다에서 경험한 깊은 어둠과 거친 자연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운 새벽녘의 어둠과 강한 바람, 파도의 울림 속에서 마주한 바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이는 그의 작업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전시는 제주 바다의 심연이 가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작가가 발견한 내면의 이야기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낸다.전시의 중심이 되는 '나는 바다이고' 시리즈는 한밤중 심연의 깊고 푸른색을 특징으로 한다. 깊은 어둠 속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미세한 빛, 그리고 새벽이 밝아오며 하나의 거대한 수평선으로 갈라지는 풍경은 자연의 숭고함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대표는 서진은 작가의 푸른색이 "거친 바닷바람과 마주한 제주살이 한 달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하며, 작가가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아지는 시간, 적막한 어둠 속에서 깊은 침묵과 검푸른 빛을 통해 바다와 하나 되고자 했던 순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또한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된 '나는 바다이고' 작품은 나와 바다가 하나가 된 정화(catharsis)의 순간을 역설적으로 아주 고요하게 드러낸다"고 덧붙였다.이번 전시에서는 '나는 바다이고' 시리즈와 함께 '돌(The Stone)'과 '폴라_고산63-7' 작품도 선보인다. '돌'은 7겹의 투명 필름을 설치하여 서로 다른 돌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작은 돌멩이들이 품고 있을 어마어마한 시간과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단단함에서 품어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제주의 돌이 가진 블랙홀 같은 마력에 매료되었음을 전했다. '폴라_고산63-7'은 폴라로이드 사진 위에 크레용이나 물감으로 채색한 작품으로, 작가의 작업실 주소를 제목으로 하여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과 환경을 반영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평범한 일상의 것들에서 시작된다"고 밝히며, 소소한 일상 관찰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고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서진은 사진전 '나는 바다이고'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계속되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기간 중인 11월 8일 오후 3시에는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되어 관람객들이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을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053-651-6958로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제주 자연의 숭고함과 작가의 내면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하며, 관람객들에게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