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 떠밀려온 ‘차(茶)?’ 알고 보니 초대형 케타민 벽돌

2025-10-15 10:47

 제주 성산일출봉 인근 해변에서 대량의 마약류가 발견돼 해경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에서 환경 정화 작업을 하던 바다 환경지킈미가 해양 쓰레기 수거 자루를 발견해 신고했다.

 

자루 안에는 일반 폐기물과 함께 벽돌 모양의 직육면체 덩어리 20개가 들어 있었고, 은박지와 투명 비닐로 다층 포장된 겉면에는 한자 ‘茶(차)’ 글자가 인쇄돼 있었다. 해경이 수거한 물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물질은 케타민으로 판명됐다.

 

가로 25㎝, 세로 15㎝ 크기의 포장 덩어리 20개에 담긴 케타민의 총 중량은 20㎏. 1회 투약 기준량 0.03g으로 환산할 경우 최대 66만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규모로, 시가로 약 6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케타민은 시각·청각적 환각과 이인감 등을 유발하는 물질로, 국내에서는 신종 마약류로 분류돼 엄격히 관리된다.

 

해경은 즉시 수사전담반을 꾸려 자루가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해상과 연안을 광범위하게 수색하는 한편, 물류·항로·조류 경향을 종합 분석해 유입 경로 추적에 착수했다. 또한 포장지와 내부 비닐에서 채취한 지문 및 세포 물질을 국과수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했으며,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 체계를 가동해 국제 마약 조직과의 연계 가능성도 살펴볼 계획이다.

해경은 “우연히 해안으로 떠밀려왔을 가능성부터 조직적 투기 시나리오까지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며 “추가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인근 해안가 순찰과 주민 제보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지자체는 해변 정화 인력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의심 물체 발견 시 직접 접촉을 피하고 즉시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해양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도 밀봉 포장물 선별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이 최근 동아시아 해역에서 잇따르는 ‘표류 마약’ 사례와 유사점을 보인다며, 국제 해상 운송망을 악용한 조직의 투과 시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주변 CCTV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기록, 드론 촬영 자료 등을 분석해 자루 투기 시간대와 이동 경로를 특정하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당국은 “국민 안전과 지역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로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아재들 음악 아니었어? K팝 다음 주자로 떠오른 국악의 충격적인 배신

진을 기록하며 심상치 않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특히 18일 전주시립국악단과 25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K팝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한국적 리듬의 힘이 증명된 지금, 'K-사운드'의 원류로 평가받는 국악이 세련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입고 대중의 심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축제는 국악이 더 이상 고리타분한 옛것이 아닌, 가장 현대적이고 '힙한' 음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 되고 있다.그 화려한 신호탄은 지난 15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쏘아 올렸다. 김성진 지휘자가 이끈 개막 무대는 그야말로 파격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국악 공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클래식 기타와 하프가 전면에 나섰고, 여기에 우리 전통 악기인 가야금이 어우러지며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사운드를 빚어냈다. 기타리스트 김우재, 하피스트 황세희, 가야금 연주자 유숙경은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세 사람이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듯,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조화에 빠져들었다. '국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흥분이 가득했다. 30대 관객 이모 씨는 "하프와 기타가 어우러진 예상치 못한 무대였다"며 "서양 악기와 국악기가 대화하는 듯한 순간이 정말 인상 깊었다"고 감탄했다. 국악을 처음 접했다는 10대 관객 정모 씨 역시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너무 흥미로웠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는 이번 축제가 노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황병기를 오마주한 '깊은 밤', 하프 협주곡 '달하노피곰' 등 실험적인 레퍼토리는 국악이 가진 즉흥성과 서정성을 극대화하며 K팝을 넘어 한국의 깊은 정서를 전달할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개막 공연의 열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6일 KBS국악관현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의 만남을 시작으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주, 강원, 서울 등 전국의 실력파 국악관현악단 10개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저마다의 색깔을 뽐낼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이번 축제는 국악관현악이 나아갈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K팝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국악의 화려한 반란이 시작됐다. 이번 축제가 과연 국악관현악을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모두의 이목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