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흥지구 특혜 의혹' 핵심 인물 사망…미궁 속으로 빠지는 김건희 특검의 칼끝

2025-10-15 16:51

 김건희 특검의 조사를 받은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양평군청 공무원 A씨의 변호인이 신청한 피의자 신문 조서 열람을 특검이 거부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검은 15일, "조서가 공개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A씨의 사망으로 변호인과의 법적 위임 관계가 종료되었기 때문에 관계 법령에 따라 열람 신청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의 변호인인 박경호 변호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조서 내용을 검토한 후 위법한 수사를 자행한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특검이 A씨가 답변하지 않은 내용을 진술 조서에 임의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의 이번 조서 열람 거부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법조인은 "일반적으로 변호인이 아닌 유족이 조서 열람을 신청하더라도 허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검의 결정을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과 수사 과정의 투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 관계자는 "유족이 신청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조서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면 다른 피의자들이 사전에 입을 맞추는 등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를 거쳐 비공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반박하며, 수사의 밀행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진실 규명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은 김건희 여사의 가족회사인 ESI&D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한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양평군의 비호 아래 개발부담금을 부과받거나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핵심으로 한다.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공무원 A씨는 2016년 당시 공흥지구 사업과 관련된 개발부담금 부과 업무를 담당했던 팀장으로, 지난 2일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A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특검의 강압 수사 의혹에 불을 지폈고, 특검은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지금까지의 수사 과정과 방식을 전면 재점검하고, 진술 강요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었는지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A씨의 사망을 계기로 특검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특검의 조서 열람 거부 결정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변호인 측은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감추기 위해 조서 공개를 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특검은 수사의 공정성과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A씨가 남긴 마지막 진술의 행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공무원의 비극적인 죽음을 넘어, 특검 수사의 투명성과 인권 보장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아재들 음악 아니었어? K팝 다음 주자로 떠오른 국악의 충격적인 배신

진을 기록하며 심상치 않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특히 18일 전주시립국악단과 25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K팝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한국적 리듬의 힘이 증명된 지금, 'K-사운드'의 원류로 평가받는 국악이 세련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입고 대중의 심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축제는 국악이 더 이상 고리타분한 옛것이 아닌, 가장 현대적이고 '힙한' 음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 되고 있다.그 화려한 신호탄은 지난 15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쏘아 올렸다. 김성진 지휘자가 이끈 개막 무대는 그야말로 파격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국악 공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클래식 기타와 하프가 전면에 나섰고, 여기에 우리 전통 악기인 가야금이 어우러지며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사운드를 빚어냈다. 기타리스트 김우재, 하피스트 황세희, 가야금 연주자 유숙경은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세 사람이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듯,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조화에 빠져들었다. '국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흥분이 가득했다. 30대 관객 이모 씨는 "하프와 기타가 어우러진 예상치 못한 무대였다"며 "서양 악기와 국악기가 대화하는 듯한 순간이 정말 인상 깊었다"고 감탄했다. 국악을 처음 접했다는 10대 관객 정모 씨 역시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너무 흥미로웠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는 이번 축제가 노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황병기를 오마주한 '깊은 밤', 하프 협주곡 '달하노피곰' 등 실험적인 레퍼토리는 국악이 가진 즉흥성과 서정성을 극대화하며 K팝을 넘어 한국의 깊은 정서를 전달할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개막 공연의 열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6일 KBS국악관현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의 만남을 시작으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주, 강원, 서울 등 전국의 실력파 국악관현악단 10개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저마다의 색깔을 뽐낼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이번 축제는 국악관현악이 나아갈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K팝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국악의 화려한 반란이 시작됐다. 이번 축제가 과연 국악관현악을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모두의 이목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집중되고 있다.